가장 고된 시험은 700일 이후에 닥쳐왔다. 700일 이후에는 9일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자거나 쉬지도 않은 채 堂(당)에 들어간다. 이것을 “도이리(堂入り)” 라고 한다. 도이리는 살아서 당에서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정도 가혹하기 때문에 시작하기 전에 친척이나 승려들과 “살아 있는 상태에서 장례식(이키소시키)” 라고 하는 의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수행은 도중에 그만두지 못하기 때문에, 만약 그만둘 때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각오로 수행승은 단검을 항상 몸에 지니고 있다. 다른 2명의 승려가 감시하는 가운데, 명상 수련에 든 수도승은 미동도 없이 앉아 있어야 한다. 작은 동작을 취하는 단순한 의식을 치를 때만이 유일하게 훼방을 받는 순간이다. 사찰의 고승들은 계속 지켜보다가 수도승이 꾸벅꾸벅 졸거나 앉아 있는 자세가 흐트러지면 어깨를 툭 친다.
수도승들은 미리 음식 섭취를 서서히 줄여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단식이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닷새가 지나면 탈수 증상이 아주 심해져서 입안이 터지고 피가 흘러나온다. 물로 입안이 피를 헹궈내는 것은 허락되지만, 그 물은 반드시 다 뱉어내야 한다. 이럴 때 허락을 받고 밖으로 나가보면, 비가 오는 축축한 날씨에는 자신의 메마른 피부가 습기를 빨아들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음식과 수면과 물 없이 지내는 시간은 수도승에게 언뜻 죽음을 체험하게 해 준다.
단식은 실제로 총 7일 반 동안(182시간) 진행되지만, 그들은 시작하는 날과 끝내는 날을 포함하여 9일간의 단식이라고 부른다. 기록에 의하면 수도승들은 원래 열흘 동안 단식했지만, 그들 대부분이 죽었기 때문에 기간이 줄었다고 한다. 8월처럼 습한 달은 단식에 적합하지 않은데, 근래에도 수도승 2명이 내장에 손상을 입고 그 달에 죽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음식과 물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든 점은 아니다. 제일 참기 힘든 고통은 휴식 없이 똑 같은 자세로 머리를 들고 앉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극도로 민감해진 수도승은 먼 곳에서 나는 음식 냄새도 맡을 수 있으며, 전신의 모든 감각이 점점 더 예민해 진다.
마침내 9일째 날에 수도승은 300명에 달하는 천태종 승려들이 배석한 제단 앞에 앉아서 몸을 자극해주는 특별한 음료를 받게 된다. 그들 중 상당수는 방 밖으로 나가 툇마루에 올랐을 때 실신함으로써 상징적으로 생명을 등지게 된다. 이 시점에서 생리학자들이 수도승들을 검진하면, 그들의 신체 상태는 죽음 직전 단계로 확인된다. 수도승들의 몸과 마음은 정화되었고, 이제 그들은 세상을 완전히 새롭고 깨끗한 눈으로 보게 된다.
몇 주간 음식을 섭취한 후에는 몸이 회복되면서 줄었던 몸무게도 돌아오고 활력과 생기로 가득차서, 이 수련을 계속하고자 열망하게 된다.
100일 동안 매일 52마일을 완주한다는 것은 용기와 추진력을 필요로 한다. 그들은 동료 수도승들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데, 그렇게 도와주는 사람들 중에는 봉 끝에 완충재를 댄 막대기를 들고 쫓아다니며 뒤에서 조심스레 찔러 자극을 주는 소위 ‘찔러주는 이’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런 도움을 거절하기도 한다. 수도승들은 교토의 주거 지역을 통과하는 총 52마일의 거리를 서둘러 내달린다. 그러면서 수천 명의 사람들을 축복하고, 복잡한 교차로들을 건너고, 거의 잠도 자지 않은 상태로 16~17시간을 계속 달리는 것이다. 그래서 “마라톤 수도승에게 10분의 잠은 보통 5시간을 쉬는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단계에서 훌륭한 도우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은 음식과 깨끗한 옷을 챙기고 장비를 휴대한 채, 전통 의상을 걸친 수도승들이 도시의 복잡한 도로망 속으로 진압할 때 차량의 운행을 통제해주고 차들이 오가는 것을 살펴봐야 한다. 이런 도우미들의 역할은 대를 이어 내려온 것이다.
<러닝-한 편의 세계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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