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30분쯤 하카타항을 나왔다.
제법 내리던 비가 잦아들고 있었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스물일곱의 생을 마감한 윤동주를 생각했다.
‘혈장 대용 생리 식염수’ 주사를 맞고 고통에 겨워 토해내는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하카타는 너무 조용하고 단정했다.
22명이 타기에 딱 맞는 앙증맞은 버스를 타고 다이자후텐만구(太宰府天滿宮)로 향했다.
의대가 유명하다는 규슈대학을 가이드가 소개할 때 다시 윤동주가 생각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집들이 나지막했다.
지진의 영향도 있겠지만 일본 사람들은 나지막한 전통가옥을 선호한다고 한다.
전통가옥과 신식가옥의 비율이 6:4 정도 되며 아파트는 건물의 수명이 길지 않아 해체 비용이 많이 드는 등 비환경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하여 기피한다고 한다.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스가와라 미치자네(管源道眞 845~903)를 모신 신사가 다이자후텐만구이다. 일본도 우리처럼 입시와 취직이 절실한 문제라는 것을 신사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보다 대략 한 시간쯤 늦게 등교하는 고등학생들.
수수한 교복 차림에 행동이 얌전해 보였다.
주차장 부근에 있는 지쿠시(筑紫)고등학교 학생인 듯.
내려오다가 본 유치원생들.
상의는 겨울옷인데 하의는 반바지 차림인 것이 특이했다.
이곳의 명물인 '우메가에모찌' 간판이 보인다.
찹쌀모찌를 눌러놓은 것 같았는데 맛도 비슷했다.
입구에 있는 황소상.
스가와라 미치자네의 시신을 실은 마차를 끈 소이다.
소의 머리나 뿔을 문지르면 시험에 합격하거나 머리가 좋아진다고 한다.
학업상달, 취직성취, 수험합격. 낯설지 않은 문구들이다.
하얀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은 여자들은 미꼬(巫女)라고 하는데 신사의 직원이라고 보면된다.
年初처럼 바쁠 때는 아르바이트무녀도 있다고 한다.
성인이 태어날 때 나타난다는 상상의 동물인 기린과
텐만구를 지을 때 날아온 벌떼를 퇴치해 천신(天神)의 보좌역이 된 피리새(うそ鳥)의 상.
참배하기 전 손을 씻는 곳
왼손을 씻은 다음 오른손을 씻고, 왼손에 물을 받아 입을 헹군 후 입에 댄 왼손을 씻는다.
히샤쿠(국자)를 세워 남아 있는 물로 손잡이 부분을 씻고 놔둔다.
이를 오초즈라고 하며 국자를 입에 대면 안 된다.
일본 중요문화재(국보)인 본전(本殿)
오른쪽 석등 뒤에 있는 나무가 ‘날아온 매화(飛梅 どびうめ)’이다.
스가와라가 이곳 다자이후로 좌천되었을 때 자신이 아끼던 매화나무 가지가
교토에서 이곳까지 하룻밤 사이에 날아왔다는 전설이 있다.
이 매화는 다른 지역의 매화보다 일찍 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본전 중앙에는 스가와라 대신 거울이 모셔져 있었다.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라는 의미라고 한다.
본전 위의 연꽃과 잉어, 인물을 그린 화려한 난간은 중국 황하의 급류를 오른 잉어가 용으로 변한다는
'등용문'전설을 차용한 것으로 '입신출세'를 뜻한다.
매화 문양은 이곳의 상징이다.
잉어를 타고 있는 이가 스가와라 미치자네라고 한다.
방금 내린 비에 함초롬히 젖어 있는 도비우메에 걸려 있는 뜻모를 글귀.
혹시 스가와라의 싯구는 아닐까하고 한 장 찰칵!
나중에 알고 보니
"매화나무 가지에 오미쿠지를 매어놓지 마세요"라는 뜻.
오미쿠지는 길흉을 점치기 위해 뽑는 제비로 '운세쪽지' 정도로 번역됨
일본의 고유 신앙는 신도(神道 しんとう)로 자연에 대한 숭배심이 종교로 발전한 정령신앙(animism)의 일종으로 초기에는 자연물과 자연현상을 신으로 삼았으나 점차 선조를 신으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에는 8백만의 신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신도에서 신을 모신 곳이 신사(神社)다.
붓의 무덤
칼의 무덤
-모든 물건에는 혼이 깃들어 있다는 정령신앙적 요소다.
이러니 귀신이 많을 수밖에.
맛이 기똥찬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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