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45분에 호텔 2층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뷔페식으로 음식의 종류는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정갈하고 맛깔스럽게 보였다.
쥐 죽은 듯 고요해 음식 냄새조차 나지 않는 것 같았다.
된장국이 맛있다고 생각하며 음식을 들고 있는데 고등학교 운동부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 무리 들어왔다.
혈기왕성한 나이라 우리나라 같으면 왁자지껄할텐데 너무도 조용히 마치 수도승처럼 음식을 담고 있다.
7시 40분에 버스에 올라 벳푸로 향했다.
우리보다 한 살 아래인 80학번이라는 가이드의 안내가 시작된다.
이곳 사세보는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7함대가 머물렀던 군항으로 일본이 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창구 역할을 했으며 일본 최초의 햄버거 가게도 이곳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햄버거는 사세보의 명물이 되었으며, 게이샤와 미군장교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도 이 일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어제 들렀던 하우스텐보스와 연관지어 네덜란드와 일본의 특수 관계를 설명하면서 일본과 조선을 비교한 부분에 크게 공감이 갔다.
일본은 무사가 중심 세력으로 기능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사회였고, 조선은 선비 중심의 명분을 중시하는 이념주의 사회였다는 말.
그래서 일본은 남의 좋은 점을 배우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조선은 쇄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지 않았겠는가 하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체성이 모호한 일본은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는 앗사리(あっさり)하게 고개 숙이고 상대를 배우는데 힘을 쏟지만 조선은 명분을 중시해 체면 깎이는 일은 죽어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고 나서 가장 놀란 것이 의병의 항거다.
일본은 적의 우두머리만 없애면 전쟁은 끝난 것인데 조선은 우두머리가 없어도 대의명분을 기치로 끊임없이 들고 일어나니 당황하여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의병의 활동으로 전쟁이 장기화되자 왜군은 동상에 시달렸다.
이때의 기억 때문에 731부대에서 동상은 주요 연구 과제가 된다.
내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끔찍했던 영화 ‘마루타’의 한 장면이 떠올라 몸서리가 쳐졌다.
일설에 의하면 731부대 사령관이었던 이시이는 생체실험 결과를 미국에 넘기고 살아남았으며 한국전쟁 당시 세균전을 펼치기 위해 비밀리에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우스텐보스와 사세보시는 모두 나가사키현에 속한다.
나가사키는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은 곳이다.
생체실험 결과를 넘길 때 원폭 피해자를 치료하기 위해 세포와 혈액 부문은 넘기지 않아 아직도 이 분야에서 일본이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이순신으로 넘어갔다.
세계 삼대제독으로 불리는 사람들.
영국의 넬슨, 일본의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入郞), 그리고 우리의 이순신.
도고 헤이하치로의 말에 의하면 셋 중에 제일은 이순신이다.
넬슨은 트라팔가르해전에서 거의 맞짱뜨기로, 도고는 쓰시마해전에서 3:1로 이순신은 어느 전쟁을 두고 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30:1로 싸워서 이겼다고 한다.
러시아함대와 싸우기 전에 도고는 이순신의 모든 전쟁 기록을 읽고서 ‘학익진’에서 힌트를 얻어 ‘정자진(丁字陳-혹은 T자진)’을 개발하여 대승을 거둔다.
봄이 찾아오고 있는 들녘의 집들은 거의다 나지막한 전통가옥형식이다.
정신적인 면은 몰라도 의식주 면에서는 전통이 잘 보존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의 전통가옥은 대부분 목조 건물로 방음이 제대로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랑을 나누기 위한 숙박시설이 발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다미는 물이라도 쏟으면 썩기 때문에 항상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벳푸가 가까워지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민둥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솟아오르는 수증기와 유황냄새가 온천도시에 왔음을 일깨워 준다.
10시쯤 벳푸에 도착하여 입욕제로 유명하다는 '유노하나(湯のはな)‘를 만드는 곳을 찾았다.
‘지고쿠메구리(地獄めぐり-지옥순례)
지옥은 온천물과 수증기가 분출되는 모습이 지옥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9개의 지옥이 있는데 가마도지고쿠(부뚜막 지옥)을 찾아
족욕도 하고 삶은 달걀도 먹고 시원한 사이다도 마셨다.
아차, 온천수도 마시고 수증기도 흡입했지.
가마도지옥에서 가장 넓은 온천
작은 꽃밭에 있던 일본 도깨비(おに)
가마도지옥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나루토우동과 쇠고기덧밥을 먹었다.
우동은 약간 짠맛이 났으나 먹을만 했다.
쇠고기덧밥은 단맛 때문에 별로 입맛이 당기지 않았다.
두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먹으려니 양이 넘쳐난다.
온천의 도시에 와서 목욕을 못하고 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12시에 유후인으로 향했다.
12시 40분에 유후인(湯布院)에 도착했다.
1시 40분에 떠난다니 딱 한 시간의 여유밖에 없다.
유후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긴린코(金鱗湖)부터 갔다.
얕고 작은 호수지만 아침에 물안개가 그렇게 멋있단다.
앞에 보이는 검은색 집이 마르크샤갈유후인긴린코미술관이다.
본격적인 관람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아랫배가 싸아하니 화장실로 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유후인에서는 화장실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가이드를 따라 간 화장실은 비데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덕분에 엉덩이가 따끈따근해졌다.
유후인을 굽어보고 있는 산이 유후다케(由布岳·1584m)이다.
개발에서 소외된 한적한 시골마을이 온천 관광지로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차별화된 전략 때문이라고 한다.
유후다케가 마을 어디서나 보이도록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고 개발보다는 보존에 역점을 두어
시니세(しにせ·오래된 가게)라는 키워드로 마을을 개발해 나가
지금은 벳푸보다도 더 유명한 온천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유후인은 상업성을 위주로 만들어진 민속촌 같았다.
유후인을 제대로 알려면 최소한 료칸(旅館 りょかん)에서 1박은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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