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4아승지 십만 겁의 옛날에 연등(燃燈)부처님이 세상에 오셨다. 이 무렵 무마성(無魔城) 혹은 불사성(不死城)이라는 도시에 선혜(善慧)라는 수행자가 살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사람들이었지만 많은 재산을 남겨둔 채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부모님의 장례를 치른 선혜는 세상의 덧없음을 느꼈다. 그래서 국왕에게 청하여 나라 안의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들에게 재산을 모두 나누어 준 뒤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자 서원하고 끝없는 고행의 길을 떠났다. 이렇게 거룩한 서원을 세우고 수행하던 선혜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산에서 내려왔다. 산을 내려와 마을로 가는 길에 오백 명의 수행자를 만난 선혜는 그들과 도(道)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백 명의 수행자들은 선혜의 가르침과 그의 서원을 듣고 마음 가득히 기쁨을 얻었으며, 헤어질 때가 되자 한 사람이 은전 한 닢씩을 내어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였다. 선혜가 그들과 헤어져 마을 어귀에 이르니, 집집마다 전단향(栴檀香)을 피워 놓아 향기가 온 마을에 가득 하였으며, 골목길은 물로 씻은 듯 말끔하였다. 궁금한 생각에 마을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오늘이 바로 연등부처님께서 마을에 오시는 날이라고 하였다. 선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부처님을 뵙고 자기의 서원을 여쭈겠다고 일찍부터 생각해 온 터라, 그의 기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연등부처님께 바칠 꽃을 구하려고 했는데, 왕을 비롯한 수많은 백성들이 이미 연등부처님께 바칠 꽃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꽃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맞은 편에서 고오피라는 왕녀(또는 拘利天女)가 일곱 송이의 푸른 연꽃을 가지고 걸어왔다. 꽃이 필요했던 선혜는 그녀에게 간절하게 말하였다. "부탁입니다. 저에게 오백 닢의 은전이 있는데, 푸른 연꽃과 바꾸어 주십시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저 역시 연등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기 위하여 준비한 꽃이지만,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 세세생생에 저를 아내로 맞이해 주실 것을 허락하신다면 다섯 송이를 드리리다." 선혜는 전생의 오랜 인연을 생각하고는 마침내 허락하였다. 다섯 송이의 푸른 연꽃을 구한 선혜는 부처님께서 지나가실 길목으로 갔다. 마침내 연등부처님께서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거리에 나타나시자, 국왕을 비롯한 많은 백성들은 준비한 꽃을 던지고 향을 사르며 부처님을 경배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던진 많은 꽃 중에서 선혜가 던진 푸른 연꽃 다섯 송이만이 공중에 떠 있어 부처님의 머리 위를 장식하였다.
마침 연등부처님께서 선혜를 보시고 가까이 다가오시는 길에 진흙웅덩이가 있었는데 선혜는 부처님의 발이 더렵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진흙 위에 머리를 풀고 엎드렸다. 이 광경을 보시고 연등부처님께서는 "지금으로부터 무량겁이 지난 후 세상에 출현하여 부처가 되어 석가모니라 불리울 것이다" 라는 수기를 주셨다. 이 모습을 지켜 본 고오피 왕녀는 선혜행자의 뜨거운 구도심에 감동하여 함께 엎드려 절하였다. 이 일이 연유가 되어 선혜행자는 뒤에 석가모니부처님이 되셨고, 고오피 왕녀는 야소다라 왕비가 되었다. 이후 선혜행자는 10만 아승지겁을 지내면서 10바라밀을 수행하여 스물네 분의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은 뒤 도솔천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때 이름이 '호명보살'이었다. <본생경(本生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