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고리오 영감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14. 2. 18. 12:39

본문

 고리오 영감/오노레 드 발자크/박영근 옮김/2008.03.10

발자크는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모든 것을 소설을 통해 완벽하게 구현하려는 뜻을 품고 <풍속 연구>, <철학적 연구>, <분석적 연구>라는 세 계열로 나누어 작품을 써 나간다. 이렇게 쓰여진 91편의 작품을 《인간 희극》이라는 큰 틀로 묶어 놓는다.  이 작품들은 각각 독립적이지만 <인물 재등장 기법>에 의해 한 인물이 여러 작품에 겹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고리오 영감>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이 한 편으로도 족하다.

 

<고리오 영감>은 《인간 희극》중 <풍속 연구>의 <사생활 정경>에 속한다. <보케르 하숙집>을 중심으로 하숙인들과 프랑스 귀족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꼼꼼히 그려내고 있다. 사실에 충실하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은 단순하다. 귀족사회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한 젊은이의 출세욕에 따른 타락 과정과 고리오 영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과도한 부성애로 인한 파멸 과정이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전혀 다른 이야기 같지만 모두 진정한 사랑 없이 돈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가난한 대학생이 출세를 위해서 귀부인의 후원에 매달리고, 부녀간의 정도 돈 없으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를 지배하는 자본의 논리가 뿌리 깊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고리오 영감의 시체와 함께 순결한 젊음의 마지막 눈물을 묻고 세상과의 대결을 외치는 라스티냐크의 모습에서 자본의 거리를 헤매는 우울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는 듯 했다. 

 

문사철013> 죽음 앞의 고리오 영감의 탄식이 현대의 우리 부모 혹은 자식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서술하세요.

고리오 영감이 죽어가는데도 두 딸 아나스타지와 델핀은 보세앙부인의 무도회에만 관심을 갖는다. 아버지의 시체를 밟고서라도 무도회에 참가할 기세다. 라스티냐크와 그의 벗 비앙숑만이 병간호를 하고 장례식에도 라스티냐크와 하인 크리스토프만 참석을 한다. 모든 재산을 딸들에게 주고 고리오영감은 비참하게 죽는다.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두 딸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

 

죽기 직전 고리오 영감은 많은 말을 하는데 그 중에서 "내가 딸애들을 지나치게 사랑했기 때문에 그애들은 나를 사랑하지 못했어."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자식은 소중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자꾸만 베풀고 주려고만 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럴 때 아이들은 보호의 대상이자 수동적인 존재로 떨어진다. 자식들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삶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만 보려고 하지 말고, 삶의 아픈 순간에 함께 눈물 흘리며 고통을 나누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보세앙 부인이 라스티냐크에게 뉘싱겐 부인과 사귈 것을 권유하면서 한 말이 있다.

"... 당신에게는 젊고, 부유하고, 우아한 여인이 필요해요.

그러나 당신에게 진정한 감정이 생기거든, 그것을 보물처럼 감추세요.

결코 그 감정이 노출되어서는 안 돼요.

그러면 당신은 파멸입니다....."

소중한 보물일수록 아낄 필요가 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김광석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감당하기 어려운 화산 같은 사랑보다 목마를 때 언제든지 와서 마실 수 있는 샘물 같은 사랑이 필요하다.

 

'마음닦기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자  (0) 2014.03.02
만만한 손자병법  (0) 2014.02.23
초한지  (0) 2014.02.12
법구경  (0) 2014.02.05
데미안  (0) 2014.01.2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