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초한지 1~5권/김홍신/대산출판사/2001.04.19
동주열국지, 서한연의(초한지), 삼국지연의를 중국 3대 연의라고 한다.
동주열국지는 양도 많고 등장인물도 너무 많아 한번 읽어서는 인물 파악도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읽는 재미는 뭐라해도 삼국지가 가장 난 것 같다. 초한지는 이 둘에 비해서는 단순한 편이다.
우리는 초한지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아직도 서한연의라고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서한연의의 판본은 <검소각비평서한통속연의>-종산거사 견위, 명나라 만력 40년(1612)-이다. 정비석, 김홍신, 이문열의 초한지가 유명한데 정비석이 원문에 비교적 충실하고 김홍신, 이문열은 재구성, 재창작 수준이라고 한다.
김홍신의 초한지를 두 번 읽었다.
대화체 형식 위주로 쉽게 이야기를 펼쳐 나가 무협지를 읽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하지만 너무 줄거리 위주라 등장 인물을 입체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잘 알려진 고사성어도 생략하여 고전을 읽는 맛은 덜 한 것 같다.
진의 멸망부터 한고조 유방의 죽음까지 다루고 있다.
내용은 권력을 잡기 위한 권모술수와 전쟁, 보신과 처세술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가벼운 문체로 다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바람에 때로는 짜증이 나기도 했다.
사회 정의를 내팽개쳐 놓고 애오라지 권력 싸움만 일삼는 우리의 정치 현실도 초한지의 내용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사람을 많이 죽이면 죽일수록 영웅 대접을 받고
기묘한 꾀로 상대를 속여 죽음으로 몰아 넣으면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칭송받는 것을 보고
이 세상에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는 말을 다시 마음 속으로 새겨봤다.
문사철012> 초한지 속 인물들의 특징을 살펴보고, 본인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을 골라 그 이유를 기술하시오.
동양 역사상 최고의 전투력을 지닌 항우에게 딱 어울리는 말은 필부지용(匹夫之勇), 부인지인(婦人之仁)
유방은 권모술수.
서한삼걸(西漢三杰) 소하, 장량, 한신도 모두 백성들을 이용하여 권력 창출에 노력했던 사람들이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권력을 따라 움직인다.
시대적인 한계도 있겠지만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항복한 진나라 백성 20만을 죽이고, 적군이나 적국의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살륙한 항우로부터 백성을 구한 사람이 있다.
『위기에 처한 유방을 돕기 위해 팽월은 항우의 보급로를 끊는다. 이에 격분한 항우가 외황에 있는 팽월을 치러 온다. 이에 당해 낼 수 없다고 판단한 팽월이 물러나려고 하자 성을 지키기로 한 대장 구명(九明)과 주동(周東)은 걱정을 한다. 성이 함락되면 모든 사람들이 죽기 때문이다. 이때 구명의 열세 살 맏아들 구숙(九叔)이 나선다. 아버지로 하여금 항복하게 하고 항우 앞에 나아가 "천하를 사랑하는 사람은 백성을 사랑하고, 천하를 미워하는 사람은 백성을 미워한다"는 요지의 말을 한다. 이 말을 듣고 항우는 껄껄껄 웃으며 백성들의 목숨과 재산을 보장해 주었다.』
항우의 백성 학살을 막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어린 소년이 그 일을 해냈다.
천하의 항우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뜻을 밝히는 소년의 당당함이 백성을 구했듯이
절대권력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뜻을 당당히 밝힐 수 있다면 살 만한 세상이 곧 오지 않겠는가?
한 단면만 보고 이상형 인물이라고 말하기 곤란하지만 이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이제는 초한지적 세계관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