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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14. 6. 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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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우리나라 최초의 완역본이라는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도원결의에서 제갈공명이 죽기까지는 책에 푹 빠져 읽고 또 읽고 했는데 그 이후는 흥미를 잃고 건성건성 읽었었다. 고등학교 때는 후삼국지도 읽어 보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한번 읽고 싶은 마음에 <원본 삼국지/황병국 옮김/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와 <삼국지/황석영 옮김/창비>를 구입했지만 제대로 읽지를 못했다. 이문열과 황석영의 삼국지는 아무래도 원전보다는 소설가적 상상력이 가미된 각색에 가까울 것 같아 중문학자인 황병국의 <원본 삼국지>를 읽다가 십수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열국지>를 번역한 김구용의 <삼국지>도 원본을 충실하게 번역했다고 한다.

 

하지만 삼국지를 다시 한 번 읽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전쟁을 통한 영웅 만들기가 민중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안기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 탓인가. 전쟁보다는 평화를, 거대 담론보다는 일상적이 것들이 더 소중해 보인다. 

 

* 삼국지 등장 인물 알아보기

http://ko.wikipedia.org/wiki/%EC%82%BC%EA%B5%AD%EC%A7%80_%EC%9D%B8%EB%AC%BC_%EB%AA%A9%EB%A1%9D

 

문사철020> 삼국지연의 강의의 다양한 주제들을 바탕으로, 현재 나의 삶에 적용하여 바람직한 삶이란 무엇인지 기술하시오.

 

민관동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가후'라는 인물에 관심이 갔다.

 

가후는 중국의 서북쪽 변두리 서량 출신으로 집안도 변변치 못했다. 이런 탓인지 동탁-이각-단외-장수-조조로 이어지는 여러 명의 주군을 섬기게 된다. 주자학적 관점에서는 변절자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良禽相木而棲 賢臣擇主而佐'의 과정으로 보면 어떨까? 무조건적인 忠이 아니라 섬길 만한 사람을 섬기는 선택의 문제와 서로 이익을 주고 받는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후는 임기응변이 뛰어난 지략가로 많은 공을 세웠다. 한나라의 장량, 진평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장수 휘하에 있을 때 조조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었고, 조조의 장남 조앙과 용장 전위를 죽게 한다. 그러나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조조 휘하로 들어 간다. 들어가는 사람이나 받아주는 사람이나 보통 사람들은 아니다.

 

가후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앞길을 개척한 사람이다.

변두리 지방 출신에 보잘것없는 가문. 이런 사람들이 권력의 맛을 알게 되면 함부로 날뛰는 경향이 있지만 가후는 한없이 몸을 낮춘다. 출입과 교제도 삼가며 자식들도 고급 관원과 결혼시키지 않았다. 아마 조앙을 죽게 한 탓도 있을 것 같다.

가후는 삼공의 벼슬에 올랐으며, 77세까지 천수를 다 누린다. 그의 자식들은 위진 시대에 고위직을 역임했다고 한다.

 

 

조조가 가후의 말을 들었다면 적벽대전도 없었을 것이다.

형주를 점령하고 오나라 손권을 공격하려는 조조를 형주를 잘 다스리면 손권은 나중에 저절로 투항할 것이라며 말렸기 때문이다. 가후는 섣불리 나서지 않고 내실을 완전히 하고 그 힘으로 쓸데없이 무력을 행사하기보다 위세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난세에 이런 방법이야말로 세상을 구하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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