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步洪二首其一
長洪斗落生跳波
輕舟南下如投梭
水師絶叫鳧雁起
亂石一線爭磋磨
有如兎走鷹隼落
駿馬下注千丈坡
斷弦離柱箭脫手
飛電過隙珠翻荷
四山眩轉風掠耳
但見流沫生千渦
嶮中得樂雖一快
何異水伯誇秋河
我生乘化日夜逝
坐覺一念逾新羅
紛紛爭奪醉夢裏
豈信荊棘埋銅駝
覺來俯仰失千劫
回視此水殊委蛇
君看岸邊蒼石上
古來篙眼如蜂窩
但應此心無所住
造物雖駛如吾何
回船上馬各歸去
多言譊譊師所呵
백보홍(百步洪) 이수(二首) 중 첫째 시
긴 물줄기 툭 떨어져 물방울을 튀기는데
남쪽으로 내려가는 북과 같은 조각배
뱃사공의 고함에
물오리와 기러기가 푸드덕 난다.
구불구불 한 줄로 늘어선 바윗돌은
누가 더 뾰족한가 내기를 하고
토끼가 뛰어가자 송골매가 덮치듯
천 길의 내리막에 준마가 달려가듯
끊어진 거문고 줄이 기러기발을 벗어나듯
팽팽한 시위에서 화살이 날아가듯
조그만 문구멍에 번개가 지나가듯
매끄러운 연잎에 구슬이 굴러가듯
물은 그렇게 흘러내린다.
산들은 빙글빙글 현기증을 잃으키고
바람은 상쾌하게 두 귀를 스치는데
몇 개인지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동글동글 물거품이 천 개 만 개 떠오른다.
험준한 산 속에서 볼 만한 걸 만나니
한 번은 유쾌하게 즐길 만하나
하백이 가을철에 황하를 보고
어깨를 으쓱한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랴!
인생이란 자연의 변화에 순응해
밤낮없이 쉬지 않고 지나가는 것.
순식간에 생각이 신라까지 가나니
취중에도 꿈속에도 아등바등 사는 이야
어떻게 믿을 구리 낙타가
가시덤불 깊은 곳에 묻힐 수도 있다는 걸.
깨어 보니 순식간에 천겁이 지났는데
돌아보니 이 물이 몹시도 느리구나.
언덕 위의 거무튀튀한 저 바위를 보게나.
긴 세월의 삿대 자국이 벌집 같구나.
그래도 이 마음만은 집착케 할 데 없을 터
조화옹이 날쌔다 한들 나를 어쩌랴!
배 보내고 말에 올라 제 갈 길로 가자꾸나.
시끌벅적 떠들어 대면 스님께서 야단칠라.
*百步洪: 강소성 서주(徐州) 동산현(銅山縣)에 있는 폭포로 지금은 없어졌다. 길이가 백여 보에 달하기 때문에 백보홍이라고 하며, 일명 서주홍(徐州洪)이라고도 한다. 물이 쏟아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물이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가 몇 리 밖까지 들렸다고 한다.
*장홍=백보홍
*두락=갑자기 떨어지다.
*投梭(투사): 북을 던지다. 북은 베를 짤 때 날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씨줄을 넣어 주는 기구로 모양이 배(舟)와 비슷하게 생겼다.
*水師: 뱃사공.
*鳧: 오리부 1. 오리(오릿과의 새) 2. 물오리(오릿과의 새) 3. 들오리(오릿과의 새)
*磋磨: 스치다.
*有如: 마치 ~와 같다.
*隼: 송골매 준
*柱: 안주(雁柱). 기러기 발. 거문고나 가야금 따위와 같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는 기구. 단단한 나무를 기러기의 발 모양으로 만들어서 현의 밑을 괴고 이것을 아래 위로 움직여서 현의 소리를 고른다.
*水伯: 하백(河伯)을 이르는 말. 황하(黃河)의 신(神) 하백은 가을에 물이 불어 넓디넓은 황 하를 보고, 자기가 천하의 으뜸이라고 여겼는데, 나중에 끝없이 넓은 바다를 보고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바다의 신(神)인 해약(海若)을 향하여 탄복하였다고 한다. <莊子, 秋水>
*新羅: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신라를 이르는 말. <전등록(傳燈錄)>에 "한 스님이 금린보자 (金鱗寶資) 대사에게 말하기를, ‘금강(金剛)이라는 화살은 어떠합니까?’ 하고 물으니, 대사가 대답하기를, ‘신라(新羅)에까지 간다’고 대답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신라까지 간다’는 말은 원래는 불법이 신라에까지 전해 졌음을 뜻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서는 비유적으로 생각이 멀리까지 미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곧 백보홍의 물이 빠르기는 하지만 소식의 생각은 그것보다도 더 빠른 것을 비유한 것이다.
*荊棘埋銅駝: 진(晉)나라 때 색정(索靖)이라는 사람은 미래의 일을 잘 예측하였는데 천하에 변란이 있음을 알게 되면 낙양의 궁전 문 밖에 서있는, 구리로 만든 낙타를 가리키며, "네가 가시덤불에 묻히겠구나"라고 했다. 그 뒤로 "낙타가 가시덤불에 묻힌다"는 말은 세상이 크게 변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殊: 몹시도
*委蛇(위타): 물이 구불구불 느리게 흐르는 모양. 蛇의 원래 음은 ‘사’이지만, 압운 때문에 ‘타’로 음독해야 한다. 때문에 여기서는 ‘위타’라고 발음해야 한다. ‘위타(委佗)’와 같다.
*君: 그대
*篙眼: 상앗대 흔적. 배를 강심(江心)으로 밀어 넣기 위하여 상앗대로 언덕 위의 바위를 짚 음으로 인하여 바위 위에 생긴 자국을 말한다.
*但應此心無所住 造物雖駛如吾何: 자신의 생각이 집착을 끊고 초탈하게 되면 자연계의 변화 가 아무리 빨라도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住’는 불교 용어로, ‘집착하다’의 뜻이다.
*駛: 달릴 사 1. (말이)달리다 2. (말이)빠르다 3. 신속하다(迅速--)
*回船上馬: 배를 돌려 내려와서 다시 말을 타다.
*譊譊(요요): 소리 높여 떠드는 모양. 왁자지껄하게 떠들어 댐.
譊 떠들 뇨, 떠들 요, 두려워할 효
*師所呵(사소가): 참료(參寥) 스님이 꾸짖는 일.
<해제>
원풍(元豊) 원년(1078) 겨울에 승려 친구인 참료(參寥)와 함께 서주(徐州) 동산현(銅山縣)에 있는 백보홍(百步洪)이라는 폭포에 놀러 갔다가 백보홍의 웅장한 경관을 보고 지은 것이다. 앞부분에서는 박유(博喩)의 기법으로 폭포의 웅장한 모습을 묘사 하였고, 뒷부분에서는 자신의 불교적 인생관을 서술하였다.
인생은 늘 즐겁지도, 늘 슬프지도 않은 것으로 세속을 초월한 인생무상의 철학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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