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잡을 때 약간 무게가 느껴질 정도로 두툼하다.
처음으로 읽는 아프가니스탄인의 소설, 아프가니스탄은 척박한 자연 환경과 외세의 침략으로 우리만큼 험난한 현대사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황량한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사납게 가슴을 후려칠 줄 알았다. 하지만 사막 속에도 오아시스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주인공은 아미르다. 아버지 바바는 파쉬툰인(파슈툰족)이자 수니파로 아프가니스탄의 상류층의 전형으로 봐도 좋다. 알리와 그의 자식(정확히는 바바의 자식)인 하산과 하산의 아들인 소랍은 하자라인으로 시아파이며 아프가니스탄의 소외계층이다. 라힘 칸은 이들 간에 조정자 역할을 한다. 아세프 일당은 잔혹한 반동인물이다.
이념과 현실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바는 현실주의자이다. "그런 놈들이 하는 일이라곤 묵주 굴리면서 자기들도 모르는 말로 씌어진 책을 낭송하는 것뿐이야. 아프가니스탄이 그 놈들 수중에 들어간다면 우리 모두 불쌍한 신세가 되는 거지."라는 그의 말이 그러한 사실을 증명해 준다. 바바가 말하는 그놈들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아세프이다. 신의 이름으로 하자라인을 학살하고 사람들을 자신이 직접 공개처형한다. 이런 인물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인들은 비참하게 살아 가고 있다. 주인공은 현실적이면서도 결국은 신을 찾게 된다. 똑 같은 신이지만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마치 방한 중인 프란시스코 교황과 구원파 유병언처럼... 현실에서 신의 모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사람이 먼저가 아닐까?
이 책은 상처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상처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 아프카니스탄의 현대사와 어우러져 마치 수기를 보는 듯하다.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좀더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영화도 보고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읽어봐야겠다.
*수니파와 시아파
수니파에 대립하는 이슬람교의 분파인 시아파는 제4대 칼리프인 알리(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를 무함마드의 정식 후계자로 보고 다른 칼리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순나(예언자의 관습)를 따르는 자’란 의미의 수니파는 무함마드와 혈연 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이슬람의 통치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본다. 시아파가 결성되면서 이슬람 세계는 정치적, 종교적으로 분열되었고, 현재 이슬람권의 90% 정도가 수니파이고 시아파는 10% 정도이다, 시아파의 맹주는 이란, 수니파의 맹주는 사우디아라비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