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도(尋牛圖)
선종에서 방황하는 자신의 본심을 찾고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야생의 소를 길들이는 데 비유하여 10단계로 나누어 그린 그림이다. 심우도(十牛圖)라고도 한다.
도교의 팔우도(八牛圖)에서 유래된 것으로 12세기 중엽 송나라 때 확암선사(廓庵禪師)가 2장면을 추가하여 십우도(十牛圖)를 그렸다. 팔우도는 무(無)에서 그림이 끝나므로 진정한 진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모두 10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는 인간의 본성에, 동자나 스님은 불도(佛道)의 수행자에 비유된다. 중국에서는 소 대신 말을 등장시킨 시마도(十馬圖), 티베트에서는 코끼리를 등장시킨 시상도(十象圖)가 전해진다.
한국에는 송(宋)나라 때 제작된 확암본과 보명(普明)본이 전해져 조선시대까지 함께 그려졌는데 현재는 보명본보다 확암본이 널리 그려진다.
확암본을 기초로 한 심우도 장면의 용어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자기의 본심인 소를 찾아 나선다(심우尋牛).
② 소는 못 보고 소의 발자취만 발견한다(견적見跡).
③ 소를 발견한다(견우見牛).
④ 야생의 소를 잡는다(득우得牛).
⑤ 소를 길들인다(목우牧友).
⑥ 소를 타고 무위(無爲)의 깨달음의 세계인 집으로 돌아온다(귀우귀가騎牛歸家).
⑦ 이제 소는 달아날 염려가 없으므로 소 같은 것은 모두 잊어 버리고 안심한다(망우존인忘牛存人).
⑧ 다시 사람도 소도 모두 본래 공(空)임을 깨닫는다(인우구망人牛俱忘).
⑨ 꽃은 붉고 버들은 푸른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깨닫는다(반본환원返本還源).
⑩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입전수수入纏垂手).
보명본의 심우도는 10개의 장면이 거의 유사하나 용어가 다르다.
① 미목(未牧) : 길들이기 전의 모습 ② 초조(初遭) : 최초의 만남 ③ 수제(授制) : 소가 목동의 말을 듣다 ④ 회수(廻首) : 머리를 돌이켜 반조(返照)한다 ⑤ 순복(馴伏) : 잘 길들여지다 ⑥ 무애(無碍) : 걸리고 막힘이 없다 ⑦ 임운(任運) : 소에게 맡기다 ⑧ 상망(相忘) : 서로 잊다 ⑨ 독조(獨照) : 홀로 스스로 비추다 ⑩ 쌍민(雙泯) : 소와 사람이 함께 자취를 감추다 .
1. 尋牛(심우) : 소를 찾다
소를 찾는 동자가 망과 고삐를 들고 산속을 헤매는 모습이다.
처음으로 수행을 하려고 발심(發心)한 수행자가 아직은 선(禪)이 무엇이고 본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것을 찾겠다는 열의로 공부에 임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2. 見跡(견적) : 자취를 보다
소의 발자국을 발견한 것으로, 본성을 찾으려는 일념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보면 본성의 자취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는 것을 상징한다. 아직 깨달음의 문으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제 겨우 심성의 자취를 깨닫는 단계를 나타낸다.
3. 見牛(견우) : 소를 보다
동자가 멀리 있는 소를 발견한 것으로 오랜 노력과 공부 끝에 본성을 깨달음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음을 상징한다.
4. 得牛(득우) : 소를 얻다
동자가 소를 붙잡아서 고삐를 낀 모습이다. 이 경지를 선종에서는 견성(見性)이라고 하는데, 마치 땅 속에서 금광석을 막 찾아낸 것과 같은 상태이다. 이때의 소의 모습은 검은색인데 아직 삼독(三毒)에 물들어 있는 거친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 정진하고 공부에 힘써야 하는 상태이다.
5. 牧牛(목우) : 소를 먹이다
그냥 놓아두어도 저절로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도록 거친 소를 길들이는 모습이다. 삼독의 때를 지운 보임(保任)의 단계로서 선에서는 이 단계를 가장 중요시한다. 만약 이때 소가 달아나면 다시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 소는 길들여진 정도에 따라 차츰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바뀐다.
6. 騎牛歸家(기우귀가) : 소를 타고 집에 돌아오다
동자가 구멍 없는 피리를 불며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때의 소는 완전히 흰색으로서 특별히 지시를 하지 않아도 동자와 일체가 되어 피안의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구멍 없는 피리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육안으로 살필 수 없는 본성의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상징한다. 이미 본성을 찾았으니 모든 것이 완숙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몸을 소 등에 올려 놓고 하늘을 쳐다보니, 소는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잡아당겨도 서지 않으며 오직 본향을 향해 말 없이 가고 있다.
7. 忘牛存人(망우존인) : 소는 잊어버리고 사람만 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애써 찾던 소는 온데간데 없고 자기만 남아 있다. 결국 소는 종착역인 심원(心源)에 도착하게 하는 방법이었으므로, 이제 심원에 도착했으니 방법은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뗏목을 타고 피안에 도달하면 뗏목을 버려야 한다는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금은 광석에서 나오고 달은 구름에서 나온다. 그러나 금을 얻은 다음 폐광석은 버려야 하고, 달이 뜬 다음 구름에는 마음을 두지 않아야 한다. 깨달음의 한 줄기 빛이 영원한 위음왕불(威音王佛-최초의 부처님) 밖의 세계까지 밝게 비춘다.
8. 人牛俱忘(인우구망) : 사람과 소를 다 잊다
소를 잊은 다음 자기 자신도 잊어버리는 상태를 묘사한 것으로 텅 빈 원상(圓象)으로 표현된다. 객관적인 소를 잊었으면 주관적인 자신(동자) 또한 성립되지 않는다는 원리를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원상은 주객 분리 이전의 상태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부처가 있는 곳에서도 노닐지 않고, 부처가 없는 곳에서도 급히 달려나와 두 곳 모두에 집착하지 않으니 마음은 오직 허허로울 뿐이다. 백 가지 새들이 만 가지 꽃을 물어 오더라도 모두 오직 한바탕 웃음으로 그친다는 뜻이다.
9. 返本還源(반본환원) : 본원으로 돌아오다
주객이 텅 빈 원상 속에 자신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비침을 묘사한다.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티끌 같은 번뇌도 묻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참된 지혜를 상징한다.
인생이란 본래 청정하여 한 티끌의 미혹도 받지 않는다. 유상(有相)의 영고성쇠를 보고, 무위(無爲)의 적정(寂靜)에 도달하니, 눈앞에 보이는 것 모두가 환상과 같다고 하는 실상을 바로 알라는 내용이다.
10. 入廛垂手(입전수수) : 시중에 들어가다
지팡이에 큰 포대를 메고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는 모습이다. 큰 포대는 중생들에게 베풀어 줄 복과 덕을 담은 포대로서, 불교의 궁극적인 뜻이 중생의 제도에 있음을 상징한 것이다. 표주박을 차고 거리에 나가 지팡이를 짚고 집집마다 다니며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불국(佛國)을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 본문의 그림은 <송광사 심우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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