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사슴과 야자사슴
옛날 바라마달다(婆羅摩達多)라는 왕이 베나레스라는 곳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 근처 산속에 금빛 털을 가진 두 마리의 사슴이 각각 오백 마리씩 부하를 거느리고 살고 있었다. 그 중 한 마리는 이름이 얼룩사슴, 다른 한 마리는 야자사슴이었다.
어느 날 바라마달다왕이 사냥을 갔다가 많은 사슴떼를 발견하고 그 숲을 봉쇄해 버렸다. 그리고 사슴을 매일 두 마리씩만 잡아 왕의 주방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두 마리의 사슴을 잡기 위해 매일 수많은 화살을 쏘아 대서, 여러 사슴이 부상을 당해 고통을 받게 되었다. 얼룩사슴과 야자사슴은 바라마달다왕에게 가서 매일 사슴 두 마리씩 왕의 주방으로 보낼 테니 활을 쏘지 말라고 부탁했다.
어느 날 새끼를 밴 사슴이 왕의 주방으로 가게 되었다. 그 사슴은 크게 슬퍼하며 왕인 얼룩사슴에게 가서 눈물로 하소연했다.
"저는 새끼를 배고 있으므로 지금 죽으면 새끼까지 같이 죽게 됩니다. 어린 새끼가 불쌍하오니 어떻게 해서라도 새끼를 낳은 뒤에 이 몸을 죽게 해주소서."
그러나 심술 사나운 얼룩사슴은 누가 대신 죽을 수 있겠냐며 청을 거절했다.
새끼 밴 사슴은 이번에는 자비심 많은 야자사슴에게 가서 사정했다. 애절한 사정을 들은 야자사슴은 구해 주겠다 말하고는 암사슴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다른 사슴을 차마 대신 보낼 수 없어 자신이 왕의 주방으로 가기로 했다.
바라마달다 왕이 사슴떼를 포위했을 때 두 마리의 왕 사슴만은 살려주기로 약속하였기에 야자사슴이 찾아온 것을 보고 주방 사람들이 깜짝 놀라 이 사실을 왕에게 알렸다. 이상하게 생각한 바라마달다 왕은 부하들과 함께 나와 그 내력을 물었다. 야자사슴은 낱낱이 그 사정을 고백하였고 이야기를 들은 왕은 크게 감동하여 그 뒤로는 모든 사슴을 죽이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야자사슴은 왕의 명령을 듣고 있다가 애원하였다.
"이렇게 사슴의 생명을 살려주시는 것처럼 오늘부터 다른 동물들도 죽이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바라마달다왕은 더욱 감동하여 그 후로는 모든 동물들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
-잡비유경(雜臂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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