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는 일/나태주

마음닦기/시

by 빛살 2016. 4. 4. 12:29

본문

 

  사는 일 /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마음닦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 / 복효근  (0) 2017.02.07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0) 2016.04.04
소나무 / 송 재 학   (0) 2016.03.27
적막 / 송 재 학  (0) 2016.03.27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0) 2008.03.0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