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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 한알 속의 우주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16. 8. 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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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 한알 속의 우주 / 무위당 장일순의 이야기 모음 / 녹색평론사 / 1997.12.10.

 

서울에 갔다오면서 차 안에서 간단히 읽을 거리를 찾다가 '무위당을 기리는 사람들'이 펴낸 '장일순의 길을 따라'라는 소책자를 집어들었다. 얼추 한 번 접했던 책이라 꼼꼼이 읽었다. 내친김에 읽은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나락 한알 속의 우주'도 꺼내 한 자 한 자 곱씹으면서 읽었다.

 

1978년 말이나 1979년 초에 장일순님의 차남과 동문이라는 인연 때문에 봉산동 자택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머무르고 있던 친구의 방까지 일부러 찾아와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는 서예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도도히 흐르는 깊은 강물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 든다. 장일순님을 접할 때마다 고향의 정이 새롭다.

 

장일순님은 경쟁과 효율을 바탕으로 하는 기존의 이데올로기와 운동을 거부하고, 생태학적 관점에서 생명운동을 선구적으로 펼쳐나갔다. 모든 것에 내재한 영원한 생명을 하느님으로 보고 '경천, 경인, 경물'이 하나이며 한없이 낮은 자세에서 섬김과 협동으로 정치운동이 아닌 생활운동을 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제자격인 김지하로 이어지는데 현재의 김지하를 보면 그에게는 섬김과 협동이라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결여된 것 같다.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도교, 유교, 불교, 동학사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와 어떤 일을 이루려는 목적과 결과에 조급하게 얽매이지 않는 여유로운 자세는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술을 마시고 달빛을 받으며 봉산천을 허위허위 걷고 있는 무위당의 영상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내 고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해월이 관군에게 체포된 장소도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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