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통한 기욕(祈慾)
- 간도 이민을 보고 -
이상화
아, 가도다, 가도다, 쫓겨가도다
잊음 속에 있는 간도(間島)와 요동(遼東)벌로
주린 목숨 움켜쥐고, 쫓겨가도다
진흙을 밥으로, 해채*를 마셔도
마구*나, 가졌드면, 단잠은 얽맬 것을
사람을 만든 검*아, 하루 일찍
차라리 주린 목숨, 뺏어 가거라!
아, 사노라, 사노라, 취해 사노라
자폭(自暴) 속에 있는 서울과 시골로
멍든 목숨 행여 갈까, 취해 사노라
어둔 밤 말없는 돌을 안고서
피울음을 울으면, 설움은 풀릴 것을
사람을 만든 검아, 하루 일찍
차라리 취한 목숨, 죽여버려라!
- <개벽> 55호, 1925.1
* 해채 : 시궁창에 고인 더러운 뻘물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또는 맵고 쓴 나물
* 마구 : 마굿간
* 검 : 신(神), 조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