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에 발표한 글들을 주제별로 모아 놓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독서량이 너무나 적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비교적 짥막한 글들이라 읽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지은이의 정제된 사고와 언어 가 주는 울림이 컸었다.
특히 타인의 슬픔에 대하 감수성, 섬세함에 대한 글들이 가슴에 남는다.
1부 슬픔에 대한 공부 |슬픔|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는 지겹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다. 그러니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슬픔에 대한 공부일 것이다.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폭력이란? 어떤 사람/사건의 진실에 최대한 섬세해지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데서 만족을 얻는 모든 태도. 더 섬세해질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기를 택하는 순간, 타인에 대한 잠재적/현실적 폭력이 시작된다;
단편적인 정보로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즐거워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나는 느낀다.
2부. 삶이 진실에 베일 때|소설|
3부. 그래도 우리의 나날|사회|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4부. 시는 없으면 안 되는가|시|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원래 답이 없다.
희망은 희망이 있다고 믿는 능력의 산물이다.
나는 이제
느릿느릿 걷고 힘이 세다
비 온 뒤
부드러운 폐곡선 보도블럭에 떨어진 등꽃이
나를 올려다보게 한다 나는
등나무 페르골라 아래
벤치에 앉아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등꽃이 상하로
발을 쳤고
그 휘장에 가리워
나는
비로소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미사일 날아갔던 봉재산엔
보리밭은 없어졌고
애기똥풀 군락지를 지나
롤러스케이트장 공원
계단 및 노인들 아지트는
멀리서 보면 경회루 같은데
내가 그 앞에 있다
명자꽃과 등꽃과
가로등 쌍 수은등은
그 향기를
바닥에 깐다
등꽃은
바닥에서부터 지붕까지
수직으로 이어져
꼿꼿한 것이다
허공의 등나무 덩굴이
반달을 휘감는다
급한 일?
그런 게 어딨냐
<흐린 날의 미사일 / 김영승>, '문장웹진' 2010년 6월호
5부 넙치의 온전함에 대하여 |문화|
이 세상에서 가장 열기 어려운 것은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의 문이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강철로 된 그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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