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지하
수기의 서문에 해당한다. 자연법칙이라는 기준에 의해 획일화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지상세계로 나가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인 지하세계에 머물러 있는 자신의 처지를 독백 형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나는 간이 안 좋은 병자로 8급 공무원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지 못해 변덕이 심하며 소심하다. 무색무취한 인간이 환영받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특이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직선적인 인물과 사회활동가를 어리석고 모자란 사람이라고 비웃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착하고 고상한 사람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을 부정하고, 자신만의 욕구, 제멋대로 보일 수 있는 심한 변덕, 때로는 광기에 근접하는 듯한 환상, 바로 이런 것이 가장 유리한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욕구는 삶 전체의 표출이다. 물론 자기만의 욕구를 충족하려면 어떤 댓가를 치러야 되는지, 또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그것은 악마밖에 모르는 일이다.
자연은 어떤 순간, 어떤 환경에서도 우리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봐야지,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사실성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factfulness, 實事求是)
직선적 인물과 사회활동가는 공산주의자로 세상을 단순한 법칙으로 재단하는 사람들로, 나는 그들에게 희생당한 복잡한 본연적인 인간으로 파악되었다. 결국 개인의 욕구와 이데올로기의 갈등으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2부 젖은 눈에 얽힌 이야기
나는 24세로 말단 서기이며 고아로 자랐다. 직장 동료들을 보고 '우리 시대에 반듯한 사람은 누구든 겁쟁이에다 노예였으며, 또 당연히 그래야 했다.'고 생각하며 외톨이가 되어 독서에 빠지고 타락의 욕구도 갖게 된다. 서서히 마음속에 지하세계가 자리잡기 시작한다.
자존심과 소심함으로 인해 장교와 일방적인 갈등을 겪기도 한다. 직장상사인 안똔 세또츠낀, 동창생 시모노프와 형식적인 교류를 한다.
어느날 동창생 집에서 즈베르코프, 페르피츠낀, 뜨루도류보프를 만난다. 하인 아폴론에게 줄 돈으로 즈베르코프의 송별연에 참석해 분위기를 망치고 시모노프에게 돈을 빌려 창녀를 만나러 간다. 생각과 행동의 괴리로 혼란에 빠진다. 리자(창녀)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집 주소를 준다. 며칠이 지나 아폴론과 봉급 문제로 다투고 있는데 리자가 집을 찾아온다. 자격지심에 울부짖는 나를 껴안고 리자는 울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헤어질 때 리자의 손에 돈을 쥐어 주며 모욕한다. 현실에서 지하로 이탈하여 못된 자존심을 갖고 인생을 망쳐온 이야기는 여기서 멈춘다.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온 사람들은 소외된 자들이다. 지상의 사람들도 삶에서 소외된 존재다.
지하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존심과 현실 사이에서 극심한 혼란을 느끼고, 지상의 사람들은 획일화된 사람을 산다.
주인공의 사고와 행동을 보면서 감각적이고 충동적인 현대인의 원형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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