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갑 기념 가족여행
* 일시 : 2020.01.09. 목요일
* 동행 : 아내와 큰딸
* 일정 : 04:00 기상 - 05:50 포항역 ktx - 07:56 광명역, 도심공항체크인 - 09:30 인천공항 1터미널, 명가의 뜰에서 아침 겸 점심(비빔밥 9천, 깔끔함) - 12:30 제주항공 - 16:15(현지 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 18:00 숙소(ul. Uvorevicha, 7, Vladivostok, Primorskiy Kray, Russia, 690091) 도착, 저녁식사(안녕하새우 D세트 주문) - 20:30 아르바트 옆 KFC에서 야경 투어 차량 탑승 - 23:30 숙소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 이용악
삽살개 짖는 소리 / 눈포래에 얼어붙는 섣달 그믐 / 밤이 / 얄궂은 손을 하도 곱게 흔들길래
술을 마시어 불타는 소원이 이 부두로 왔다
걸어온 길가에 찔레 한 송이 없었대도 / 나의 아롱범은 / 자옥자옥을 뉘우칠 줄 모른다 / 어깨에 쌓여도 하얀 눈이 무겁지 않고나
철없는 누이 고수머릴랑 어루만지며 / 우라지오의 이야길 캐고 싶던 밤이면 / 울어머닌 / 서투른 마우재말도 들려주셨지
졸음졸음 귀밝히는 누이 잠들 때꺼정 / 등불이 깜박 저절로 눈감을 때꺼정
다시 내게로 헤어드는 / 어머니의 입김이 무지개처럼 어질다 / 나는 그 모두를 살뜰히 담았으니 / 어린 기억의 새야 귀성스럽다
기다리지 말고 마음의 은줄에 작은 날개를 털라
드나드는 배 하나 없는 지금 / 부두에 호젓 선 나는 멧비둘기 아니건만 / 날고 싶어 날고 싶어
머리에 어슴푸레 그리어진 그곳 / 우라지오의 바다는 얼음이 두텁다
등대와 나와 / 서로 속삭일 수 없는 생각에 잠기고 / 밤은 얄팍한 꿈을 끝없이 꾀인다 / 가도 오도 못할 우라지오
*우라지오: 블라디보스토크. 일본어로 우라지오스토쿠(ウラジオストク)이며 줄임말이 우라지오. 한자어로는 해삼위(海參崴, 해삼이 많이 나는 곳).
*마우재: 러시아 사람을 낮추어 부르는 말. 중국어 ‘毛子(máozi 털보)’에서 온 말
*귀성스럽다: 수수하면서도 마음을 끄는 맛이 있다.
함경북도 경성에서 태어난 이용악의 작품이다. 그의 아버지는 달구지에 소금을 싣고 러시아 영토를 넘나들던 중 객사했다(마적에게 살해되었다고도 함), 유이민의 참담한 삶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1월 11일 출국날 찍은 사진, 입출국 모두 이 사람이 픽업)
- 러시아 불곰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사람들이 우락부락할 줄 알았는데 내가 만난 러시아 사람들은 말이 적고 상냥했다. 음악도 말소리도 모두 억양의 변화가 적고 중저음이다.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악기를 쓰지 않고 중저음 합창으로 찬양을 한다고 하는대 그 영향인 듯하다.
- 거의 일본차가 대부분이다. 렉서스 등 프리미엄급 차도 많이 보여 잘 사는 나라인 줄 알았는데, 크림반도 사태로 경제제재를 받아 현재 경제위기 국가라고 한다. 대부분이 중고차로 관세가 없어 싸게 살 수 있다.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는 일본차는 모두 중고차로 봐도 무방하다. 버스는 대부분 현대, 대우 등 한국차라고 한다.
-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 몹시 추울 줄 알았는데 이곳도 온난화 영향인지 그리 춥지 않았다. 낮 기온 -3~4도(1월 평균 -13도). 바닷가 지역이라 바람이 차서 모자를 꼭 쓰고 다닌다. 그러지 않으면 혈관이 터질 수 있다고 한다.
* 입국심사 때 받은 출입국카드를 공항 내에서 분실해 잠시 헤맸으나 심사하는 사람이 보관하고 있었다. 출국 시 필요하니 꼭 갖고 있어야 한다.
숙소 - 2층 독채, 깔끔하고 따뜻했다. 한 가족이 쓰기에는 넓다는 느낌이 들었다. 2~3일 전 폭설이 내려서 도시가 눈천지였다.
내가 쓰던 2층의 방. 푸틴의 사진이 걸려 있어 아는 체를 했더니 주인은 고개를 내젓는다.
이곳에서 푸틴은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 주인은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산물. 킹크랩, 곰새우, 독도새우. 모두 맛있었고 양도 많았다. 먹을 만큼만 내놓았는데도 먹기에 벅찼다.
집주인이 제공한 와인도 한 잔 곁들였다. 해산물로만 한 끼를 때우기는 처음이다. 결국 11일 떠날 때까지 다 못 먹고 킹크랩을 남겼다.
20:10 야경투어 시작(한국인 가이드, 우리 가족 3명, 남자 2명, 여자1명)
레닌동상. 블라디보스토크역 맞은 편에 있다.
레닌이 가리키는 방향이 동쪽이다. 블라디보스토크라는 말을 레닌이 지었다고 하는데 블라디(지배하다, 정복하다)와 보스토크(동쪽, 동방)를 합친 말이다.
맞은 편 블라디보스토크역을 배경으로.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종착역이자 시발역(모스크바 - 블라디보스토크 9,288km 7박 8일).
혁명광장(중앙광장) - 1917년 러시아 혁명 후 볼세비키(적군)와 멘세비키(백군)의 내전이 끝나는 1922년까지 혁명을 위해 목숨을 바친 병사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백군은 왕정을 옹호하는 정규군이고, 적군은 혁명은 지지하는 게릴라군이었다. 일본은 백군을 편들어 적극적으로 내전에 개입한다. 이에 독립군은 적군에 편들어 일제에 맞선다. 매우 힘찬 동상처럼 보이는데 어두워 제대로 보질 못했다.
밤인데도 사람이 제법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인가 보다. 뒤로 보이는 성당은 5년째 공사중이라고 한다. 완공되면 블라디보스토크의 대표성당인 포크롭스키 주교좌 성당보다 클 것이라고 한다.
연해주 정부 청사(white house) - 러시아는 85개의 연방주체로 이루어진 연방국가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46개주 중 연해주(프리모르스키 크라이 Primorsky Kray, 沿海州: 바다에 접한 주)의 주도이자 극동연방관구의 행정청이 있다(하바롭스크에서 2018년 12월 13일 이곳으로 옮겼다). 연해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이 청사라고 한다.
굼백화점 뒷마당 -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일행과 인사를 나누었다.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분과 한민족의 우수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밖에 나오면 모두 애국자가 되는 걸까?
금각교와 상선선원동상 - 금각교는 현대건설이 부산의 광안대교를 모델로 건설했다고 가이드가 말해 준다. 금각만에 있기 때문에 금각교.
상선선원동상은 1941년부터 45년까지 소련이 독일과 싸울 때 상선이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싣고 블라디보스토크와 저 멀리 러시아 서북단에 있는 무르만스크까지 운반했는데 이때 수백 명의 선원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그들을 기리는 동상으로 그 앞에 영원의 불꽃이 있다고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추모공원의 <영원의 불꽃>. 2차세계대전 당시 전사자 2만여 명의 명단을 벽에 기록하고 그들을 추모하는 영원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곳이다. 이 불꽃은 관을 통해 가스가 공급되므로 항상 타오르고 있다. 불을 꺼뜨리면 관리자는 무거운 벌을 받는다고 한다.
2차세계대전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나라가 소련이다. 공식적으로는 1,800만, 비공식적으로는 2,500만까지 추정하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지휘관으로 평가받는 게오르기 주코프가 베를린을 함락시킨 날 사실상 2차세계대전은 끝난 것이다. 그들의 치열한 정신이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뒤에 보이는 건물이 러시아정교회 기도원이다. 러시아에서는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교회를 흐람(храм)이라고 한다.옆으로 잠수함박물관(C-56, 러시아어 C는 영어의 S에 해당. 스탈린-56)이 있었다.
러시아 정교회
- 서서 기도를 하기 때문에 내부에 의자가 없다.
- 이콘이라 불리는 성화를 중시한다.
- 찬송은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중저음의 합창으로 한다.
- 성직자는 결혼이 가능하다. 기혼자는 흰색 옷(백사제), 미혼자는 검은 옷(흑사제)을 입는다. 높은 자리는 흑사제가 차지.
- 기울어진 십자가 : 삼단으로 되어 있다.
상단의 가로대는 십자가에 처형될 때 예수의 머리 위에 붙인 ‘유대인의 왕 예수’라는 죄목의 죄패를,
중앙의 가로대는 세로대와 함께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혔음을,
하단의 가로대는 예수의 양편에 매달린 두 죄수 중 참회한 자는 천국으로 올라가고 비방한 자는 지옥에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일설에는 예수의 발이 십자가에 못박혔음을 나타낸 것이라고도 한다.
니콜라이2세 개선문 - 1891년. 니콜라이 2세가 황제 즉위 전 동방을 여행하던 중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을 기념하여 세웠다. 1917년 혁명으로 퇴위 후 1918년 총살 당한 이후에도 이 개선문만큼은 남겨졌지만, 볼셰비키가 정권을 잡은 후에는 철거되고 만다. 2003년에 다시 세웠다. 이 문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니콜라이2세는 러시아 마지막 황제로 네덜란드 헤이그에 조선의 밀사를 초청한 사람이다.
독수리전망대 - 걸어서 올라갔다. 214m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해풍이 제법 차가웠다. 발끝도 시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야경은 좋았다. 뒤로 러시아 문자인 키릴문자를 만든 키릴로스와 메소디오스 형제의 동상이 있었지만 어두워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야간투어를 마치고 작은 카페에서 언 몸을 녹였다. 남자들은 생맥주, 여자들은 러시아 전통 음료인 모르스를 마셨다. 내일 아가씨는 하바로브스크로 간다고 한다. 혼자 몸으로 용기가 대단하다. 나머지 사람들은 우스리스크로 일정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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