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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0. 8. 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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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헤르타 뮐러, 김인순/ 문학동네/ 2018.10.05.

장편소설 <숨그네>로 2009년 노벨상을 받은 루마니아 독일인 헤르타 뮐러의 단편소설집이다. <저지대>를 중심으로 19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아이들은 충분히 넘쳐났다. 방에도 가득했고, 거실에도 가득했고, 난로 옆 의자에도 가득했다. 겨울에는 한 명씩 마을에 가고, 교대로 학교에 갔다. 모두가 신을 만큼 집 안에 신발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가 없어도 찾는 사람이 없었다.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가 있었다."(p.123)

 

소녀의 할머니 때 이야기다. 아이를 대체 가능한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던 시절이다.

저지대(들판에 있는 마을)는 이런 구습이 머물러 있는 곳이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심지어 신부님에게도 매를 맞는 소녀.

폭력은 개, 소 등 동물들에게까지 확산된다.

레나(이주민), 벤델(언어 장애), 로렌초(곱사등, 기침)에 대한 차별도 존재한다.

하지만 소녀는 폭력에 길들여지지 않는다.

"거짓말하는 아버지의 이를 빼버리고 싶었다"

"나에게는 부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양귀비꽃을 꺽기 위해 기차를 세워달라"는 부탁을 하는 등 생각이 분명하다.

 

1인칭 관찰자인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그려나가는 부분은 선명하다. 그러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꿈과 환상으로 처리해 두꺼운 유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린 소녀의 시각답게 짧은 문장, 현재법으로 현장감을 준다.

이런 시각은 풍경의 정화 기능도 해서 구세대들이 만들어내는 장면들도 크게 암울해 보이지는 않는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여유없이 사는 그들의 삶에 측은한 생각마저 들게한다.

 

문장이 너무 아름다워 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서는 어떨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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