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이라는 종에 관해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너무나도 교묘하게 행동한다.
인간은 자연을 투쟁의 대상이자 굴복시켜야 할 상대로 인식한다.
인간이 이 지구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대하는 대신 지구에 순응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생존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질 것이다"(E.B. 화이트)-책머리에서
1962년 기득권 세력의 많은 방해를 받으며 출간되었다고 한다. 6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그 방해는 여전히 지속되는 것 같다. 상황이 더 악화되었으니.
지구상에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데는 수억 년이 걸렸다.
오랜 세월을 거쳐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균형을 이루어나갔다. 원형질에서 현재 인간의 모습으로 진화하는 데 20억 년이 걸렸다.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낸 방사능과 화학물질은 자연계의 다양성과 균형을 그야말로 순식간에 깨뜨렸다.
합성화학살충제는 2차세계대전의 산물이다. 화학전에 사용할 약제를 개발하면서 곤충을 대상으로 실험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탱크 방수막을 프라이펜에 이용한 것(듀폰 테플론 코팅 프라이펜-테팔, 영화 '다크 워터스')과 같은 경우다. 살충제를 비행기로 살포한 것도 남아도는 비행기를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전쟁은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DDT(염화탄화수소계열)가 살충제로서의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스위스의 파울 뮐러는 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나 DDT는 무차별적인 사용으로 환경을 오염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 사용을 금지했는데 2017년 살충제 계란 사건 때 닭에서 그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그 피해는 세대를 거쳐 일어난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많이 사용한 말라티온과 파라티온(유기인산계열) 같은 살충제도 무차별 살포로 생태계를 파괴했다.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는 연결되어 있다(생명 네트워크, 생명의 연결망-불교, 인드라망). 코로나19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살충제로 제거 대상뿐만 아니라 지하수, 토양, 식물과 동물 등 그와 연결된 모든 것이 오염되었다. 봄을 알리는 울새는 살충제에 중독된 지렁이를 먹고 죽었으며, 송아지는 어미 젖을 먹고 살충제 성분을 물려받았고, 사과는 지하수를 통해 살충제 성분을 함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 유기농 사과와 유기농 우유를 먹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살충제 문제는 생태계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이 정도 먹어서 문제가 되겠나?"라는 생각도 대단히 위험하다.
소량의 살충제라도 지방질(우리 몸의 18%)에 흡수되면 그 양이 증폭되고, 생명체에 따라서도 증폭된다고 한다. 그리고 생명체는 한 종류의 화학물질에만 노출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 상호작용에 의해서도 증폭된다고 한다. 오히려 소량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항공방제와 같은 무차별적 살포가 아니라 지금 소나무재선충 방제와 비슷한 선택적 살포와 미생물, 곤충, 천적 등 자연의 힘을 이용한 생물방제가 대안이다. 자연이 인간보다 특정 생물체의 수를 조절하는 훨씬 더 경제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불개미 퇴치 계획>에서 보는 것처럼 화학물질 제조업체와 전문가, 공무원의 상업적 결탁과 즉각적인 결과를 바라는 사람들에 의해 화학물질은 더 많이 생산되고 살포되고 있다.
<14 네 명 중 한 명>
암치료를 받으면서 같은 몸은 없다고 생각했다. 같은 치료를 받으면서도 반응이 각각 달랐다.
방사능과 화학물질 같은 미량의 발암물질을 반복하여 흡수하면 세포 손상이 오고 그것이 암세포로 전이된다. 염색체 이상도 암세포로 바뀐다. 발암물질에 노출될 경우 그 잠복기는 15-30년, 또는 그 이상이다.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암이 발생한다. 방사능 치료도 암을 유발한다(악성 림프종). 우리는 발암물질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좀더 편하고 손쉬운 생활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의 제조와 판매를 경제와 산업의 한 부분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발암물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은이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발암물질의 장본인은 바로 인간 자신이다. 자신이 사는 환경을 파괴하는 유일한 생명체는 인간이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환경개선에 의한 예방이다. 코로나19를 물리칠 백신도 중요하지만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생태계는 한편으로 너무나 연약해서 쉽게 파괴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튼튼하고 회복력이 강해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역습해 온다. 서식지 파괴(지구온난화, 컨테이전 마지막 부분), 생물학적 오염, 화학오염 등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자연의 역습을 받고 있다. 생명이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기적이기에 이에 대항해 싸움을 벌일 때조차 경외감(생명에의 외경)을 잃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이다. 과학적 자만심이 자리 잡을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우주의 경이와 현실에 명확하게 집중할수록 인류 파괴의 고통을 덜 겪게 될 것이다. 경이와 겸손은 생명이 지닌 가능성의 약속이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자연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부분이 생존하려면 결국 전체가 건강해야 한다. 자연과 인간은 공존관계이다. 인간의 건강은 환경상태의 궁극적인 반영이다. 우리 몸을 생태계로 인식하게 된 것은 그녀가 끼친 매우 중요한 영향 중 하나다.
생존을 위해 스스로의 탐욕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부유한 이들이 전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겠는가는 의문이다(의사파업, 26명의 부=36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