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생태사상론집', '에콜로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에세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비교적 작은 글씨가 빽빽한 400쪽이 넘는 책이지만 관심을 갖고 읽었다.
학창시절 관심을 끌었던 '아나키즘이란 무엇인가(조지 우드코크, 하기락 역)'와 '간디 자서전(함석헌 역)' 그리고 나중에 녹색평론사에서 펴낸 '나락 한알 속의 우주(장일순)'의 내용들이 녹아있는 것 같아 많은 부분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작은 것, 민중, 생명에 대한 사랑이 그런 부분이다.
근대문명은 자본주의문명이고 끝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직선적인 성격의 것이다.
그 주된 동력이 석유자원을 비롯한 지하자원이다. 그것의 개발로 인해 기후변화와 같은 생태위기를 초래하고 자원의 고갈로 근대문명도 끝날 수밖에 없다.
생태문명은 순환적인 운동을 하는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문명으로 비근대적이다. 생태문명을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생존·생활방식이 소농에 의한 농사다.
소농들은 자발적인 상호부조(有無相資)와 연대로 협동적인 공동체를 이루어 순환적 삶의 회복에 힘써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일리치라는 래디컬리스트도 알게 되었다. <의료의 한계>, <탈학교> 등 풀뿌리 민중의 삶에서 삶의 원리를 찾고자 한 그에게 저자는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무위당 장일순의 생명사상의 핵심은 함께 어울려 살자는 것이다.
사람들이 스승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소위 '거목'들 중에서 스승을 찾기 때문이라고요.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우리 주변에서 말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서 얼마든지 스승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씀이죠.
'천지만물이 하나의 기로 되어 있으니 틀림없는 하나의 꽃일세(天地萬物 都是一氣 無違一華)'라는 글귀도 반가웠다.
지금의 세계경제는 다단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폰지시스템과 부분지급준비제도에 의한 카지노경제, 도박경제라고 할 수 있다. 돈 놓고 돈 먹기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기본소득(시민배당)과 지역화폐이다. 무상급식도 좋은 방법이다.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할 숙의민주주의(시민의회, 시민주권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끝날 것이다. 가난(共貧)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세계관을 바꿔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생존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불가능한 줄을 알면서도 그것을 행하는 사람"(知其不可爲而爲之 논어 헌문 41)
정호승의 시 <봄길>을 저자에게 바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 길이 있다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
스스로 사랑이 되어 /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