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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1. 1.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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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최인훈/문학과지성사/2001.04.10. 발간40주년 기념 한정본

 

"광장은 4·19 이후의 분위기와 내가 1945년에서 1950년까지 북한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1950년에 월남할 때 고교생이었던 내가 북한에서 겪을 수 있었던 생활은 그만한 것일 수밖에 없었겠지만, 나는 그리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생활의 경험과 1960년까지 10년 동안의 생각이 어우러져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과 공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 결과가 광장이다."(주인공 이명준에 대한 생각-월간중앙 1988. 6.)

-1950년 12월 원산철수 시 최인훈은 원산고 1년, 이호철은 원산고 3년생이었다.

 

"나는 '이상주의'라는 것은 '현실'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현실'이라는 말을 자칫 '자연'과 구별하지 못하고 쓰는 일이 흔하다. '역사'니 '정치'니 하는 것은 '자연'과 같은 의미의 '현실'은 물론 아니다. '역사'나 '정치'는 '자연'에 대해 인간이 취하는 태도인데, 이 태도는 '이념'의 실천이며 '이념'은 '이상'과 같은 말이다. '현실주의'도 '주의'이며, '이상주의'도 '주의'이다. 거기에는 흑백과 같은 단절은 없으며 연속 속에서의 '관계'가 있을 뿐이다. 다른 말로 하면 그 속에 '이상주의'를 지니지 않은 '현실주의'는 현실 '주의'가 아니라, '자연'일 뿐이며, 그 속에 '현실주의'를 지니지 않은 '이상주의'는 '주의'가 아니라 '환상'일 뿐이다."(주인공 이명준에 대한 생각-월간중앙 1988 6)

-'자연'만 있는 남한, '환상'만 있는 북한. 모두 '관계' 즉 '소통'이 없는 세계이다.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광장 첫 문장)

-고쳐쓰기와 관련하여 고등학교 작문시험에 자주 나오던 문장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7번이나 고쳐썼다. 그만큼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그 결과 문장도 깔끔하다.

 

광장과 밀실: 북한은 이데올로기만 중시하고 개별성을 인정하지 않는 공허한 광장만 있는 곳, 남한은 부패하고 비주체적이며,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밀실만 있는 곳. 두 곳 다 관계와 소통이 없는 곳이라 부정적인 공간이지만 개별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북한이 더 암울할 곳이다.

 

"뱃사람들은 저런 새를 죽은 뱃사람의 넋이라고들 하지. 뱃사람을 잊지 못하는 여자의 마음이라고도 하고. 흔히 저런 수가 있는데, 한번은 영국에서 캘커타까지 따라온 적이 있어. 그 새가 없어졌을 땐 서운하더군. 대단한 정성 아닌가. 아마 메인 마스트에서 주무실걸."(80쪽)

-타고르호에서 갈매기는 감시자의 눈길로 명준에게 불안감을 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죽은 은혜와 태어나지 못한 아기의 표상이 된다. 명준이 자살한 이후 사라짐으로써 갈매기에 명준의 의식이 투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강윤애와의 불완전한 소통, 은혜와의 완전한 소통을 통해 안식을 찾는 명준

 

"준다고 바다를 마실 수는 없는 일. 사람이 마시기는 한 사발의 물. 준다는 것도 허황하고 가지거니 함도 철없는 일. 바다와 한 잔의 물. 그 사이에 놓인 골짜기와 눈물과 땀과 피. 그것을 셈할 줄 모르는 데 잘못이 있었다. 세상에서 뒤진 가난한 땅에 자란 지식 노동자의 슬픈 환장. 과학을 믿었던 게 아니라 마술을 믿었던 게지."(246쪽)

중립국; 환상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쉬기 위해서 선택한 곳. 정신적으로 마비된 삶을 사는 곳.

→남과 북의 현실을 떠나서 찾아갈 이상향은 없다.

 

이명준의 자살: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사랑의 깨달음. 모성으로서의 바다.

 

거의 40년 만에 다시 읽었다.

옛날에는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20대의 정처없음이 잠시 나에게 머물다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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