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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1. 3. 2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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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폴 크루그먼 작, 김이수·오승훈 역/부키(주)/2020.05.25.

 

경제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어렵게 읽었다. 특히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제적 사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주장을 중심으로 대강의 뜻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고 읽었다.

 

「경제학자와 정치 철학자들의 사상은 옳건 그르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사실상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그 외에 별로 없다. 여하한 지적 영향력과도 무관하다고 확신하는 실무가들도 대개는 오래전에 고인이 된 어떤 경제학자의 노예이다. 허공에서 목소리를 듣는다는 권좌의 광인(狂人들)도 수삼 년 전에 읽은 웬 학구적인 잡문에서 빼내고 있을 뿐이다........

빠르든 늦든 선이든 악이든 위험한 것은 기득권이 아니고 바로 사상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 이론>

 

첫머리에 나오는 글이다.

 

이 책은 <하찮은 번영: 기대 체감의 시대에 경제학이 갖는 의미와 무의미>를 번역한 것이다. 197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초까지 20년 동안의 미국 경제를 배경으로, 현실 경제와 경제 사상 및 정치 권력 간의 상호 작용 과정을 규명한 현대 경제학 지성사이자 탁월한 거시 경제학 개론서라고 한다.

 

경제학자는 경제현상을 신중하게 연구하는 교수와 언론을 매개로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기획가로 나눌 수 있는데 정책기획가는 경제를 단순화시켜 구호화하기 때문에 정치가들이 선호하게 된다. 정치가들은 진지하게 대하려고 하기보다는 손쉬운 길을 택한다. 정치란 넓은 의미에서 이익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사상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잘못 기획된 정책(사상)으로 보수주의자의 '공급중시론'과 자유주의자의 '전략적 무역론'을 들고 있다.

 

케인스주의는 1970년대 들어 시카고 대학의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로버트 루카스 등의 합리적 기대론 등 보수주의자들의 공격으로 주도권을 상실한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기에 공급중시론을 근간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는 작은 정부를 모토로 조세감면과 규제완화를 통하여 보수주의자들의 지상과제인 성장은 약간 이루었으나 예산적자와 빈부격차 심화로 더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1992년 신케인즈주의(자유주의, 온건 좌파)는 전략적 무역론으로 클린턴 정부의 정책을 이끈다. 전략적 무역론은 국가 간의 무역을 전쟁으로 간주하여 경쟁력을 강조한다.

 

「대화의 일부 내용은 틀림없이 다음과 같다고 본다.(잠시 번호는 무시하기 바란다.)

"(1) 오늘날 미국은 진정한 세계 경제의 일부이기 때문에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2) 현 생활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미국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3) 높은 생산성과 품질이 더욱 중요해지는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4) 미국 경제룰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이전시켜

(5) 일자리를 창출해 나감으로써

(6)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이 새로운 세계경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와 기업 간에 새로운 제휴 관계가 형성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320쪽)

 

1994년에 출판된 책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많이 듣는 항목들이다. 그러나 작자는 하나하나 그 오류들을 밝혀낸다.

요약하자면 전략적 무역론의 핵심은 경쟁력인데, 한 나라가 얻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자국의 성과에 달려 있으며, 그 같은 성과와 경쟁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 나라가 무역장벽을 쌓을 때 타격을 받는 사람은 외국의 수출업자가 아닌 국내의 소비자이기 때문에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이다, 실제로 무역 전쟁은 각 나라가 탄약을 동원하여 자기 발등을 쏘는 충돌이다. 그 결과 세계시장은 파괴되고 세계 경제정책은 혼란에 빠진다.

 

한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것은 생산성 성장이 유일하다. 생산성의 완만한 성장과 빈곤의 증가 해결책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경제학자들은 질병에 대해 충고는 해줄 수 있지만 막상 병에 걸리면 치료할 줄 모르는 과거의 의사들과 같다.

하지만 문제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산성을 늘리고 가용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여 빈곤층을 도우면서, 가능한 많은 정책 현안을 똑바로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

 

공급중시론이나 전략적 무역론과 같이 모든 전문가들이 그릇된 것으로 알고 있는 이데올로기에 정부가 집착할 경우 이는 그 이데올로기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분야에 있어서까지도 정부의 올바른 업무 수행에 악영향을 끼치기 십상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 1994년 '세계화'를 부르짖었으나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아픈 기억이 우리에게도 있다.

 

세계적인 석학이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모른다고 여러번 말하는 것과 경제학의 한계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고, TV에 나와 경제 현안에 대해 확실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패널들이 용감한 건지 무식한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생각하게 하였다.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는 내용들이 많았다.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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