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식 님의 네 번째 시집이다.
상처를 만지다
태초에 상처가 있었다./빛이 드러나지 않아
어둠에 잠긴 궁창은/한 치 앞이 안 보였고
만지지 않은 궁창 아래의 땅은/진창으로 황무하여
길이 없었다.
그 황무한 진창에서/너는 칼을 들어 상처를 도려내고
오래도록 색을 입혀/빛을 드러내었다.
상처를 누르고 빛을 품은 색은/마침내 상처를 안고 색을 품은
빛이 되었다.
서서히 밝아오는 궁창/마르며 길을 내는 땅
시간이 흐르고/어느 날
너는 어떤 신음을들었다.
빛이 드러난 뒤에도/고스란히 남은
색으로 덧입혀지지도/빛으로 다 스며들지도 않는
상처의 신음이었다.
숨기고 덧입혔어도/상처는 오롯이 살아
자라기를 멈추지 않았구나./쌓고 이루며 만지는 색과 빛은
모두 상처일 뿐이었구나.
그때부터였던가./네가 색을 품은 빛 속에 숨겨진
상처를 찾아 다시 만지기 시작한 것이.
빛이 드러나기 전 태초에/상처가 있었다.
너는 이 밤도 상처를 만지고 있다.
*그림에 시. 김완 <Touch the color & light>
상처-색(상처에 덧씌우기)-빛(치유)
상처-세월호와 같은 사회적 폭력에 의한 것
62-63쪽 <가정의 완성>
*편지에 시,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2018.04.10.) '아! 그렇구나'
-시인의 따님 결혼식 축시라고 한다.
-원주 신평은 나의 고향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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