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가 쓴 소설이다.
우선 작가의 열정에 고개를 숙인다.
굉장히 성실한 구도자일 것 같다.
원효를 다 담기에는 어느 방법으로라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손오공, 천녀, 용왕 등 비현실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이런 방법이 마치 이 책을 원효성사의 일생을 경전으로 재구성한 <원효경>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소설을 읽는 느낌도 들었지만 원효의 고갱이는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차별하지 않는 마음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하나이며 오직 일심(一心)뿐이라는 원효의 믿음.
"마음이 일어나면 모든 것이 생겨나고, 그 마음이 사라지면 모두 다 사라지는 것이네. 그 마음조차도 본래 없는 것인데 무엇을 더 찾을 것이 있겠는가? 나는 이미 공부를 끝냈다네(46쪽)"
당나라 유학길에 오르다 해골물을 마시고 나서 모든 것은 마음이라고 깨달은 후 의상에게 한 말이다.
"나는 당신들을 불쌍히 여기는 게 아니오. 당신들은 이미 부처외다! 나 원효는 당신들을 정성으로 모실 것이오. 사람이 만든 권력으로 죽어 나가는 당신들을 지킬 것이오!(49쪽)"
전쟁으로 신음하고 있는 백성들을 보고 한 말이다. 원효는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며 백성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춤을 추었다. 위민(爲民)도 민본(民本)도 아닌 여민(與民)!
지금까지 원효를 만나는 지점에서 가장 거북한 게 요석과의 관계였다.
지은이는 요석의 사랑, 원효의 보살행, 김춘추의 정치적 배려로 이해하고 있다.
"원효 스님은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왕족으로 인도에서 공부하고 오셔서 수많은 경전을 번역하셨던 구마라집 스님은 어떠하셨습니까? 한 여인의 생명을 살리고자 파계를 하셨습니다. 모두의 존경과 찬사를 받고 오로지 부처님만을 섬겼더 구마라집 스님에게는 손가락질을 받고 모멸을 당할지언정 한 여인을 살리는 일이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번뇌가 수행의 도량이라 하신 것이지요. 파계가 오히려 구마라집 스님을 경전 번역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게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구마라집 스님을 파계로 몰고 간 이 여인은 관세음보살이 아니었겠습니까?(83쪽)"
대안이 원효에게 한 말이다. 고목선 화두, 선묘와 의상의 사랑이 겹친다.
뛰어난 법력에도 불구하고 요석을 택함으로써 원효는 소성거사(小性居士), 복성거사(卜性居士)로 살아간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전 우주를 구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중생을 구제하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것이다. 그래서 성사(聖師)로 불리는 것이다.
금강삼매경으로 원효는 일본에서 약사보살로 모셔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