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우리 신화, 2004년>의 개정증보판(2014)년이다. 초판본보다 배나 두껍고 삽화도 빠져 많은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우리의 신화 입문서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신화란 온전한 삶의 이야기이다.(6)로 삶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으며, 우리 신화의 신성은 선택받은 이들의 고귀한 삶이 아니라 버림받은 사람들의 한스런 삶에서 우러나온다.(6) 민중의 힘이 배어 있는 이야기들이다.
제1부 신화, 그리고 신
[첫째거리 ] 신화의 원형, 창조 신화의 숨결
<단군신화> 건국신화
<창세가> 함경 함흥, <초감제> <천지왕본풀이> 제주, <시루말> 화성군, <당금애기, 제석본풀이> 첫머리---창세신화
* 혼돈에서 세상이 열리고 하늘에서 인간이 내리다: <창세가> 미륵
인간이 신의 분신에 해당하는 존재(하늘에서 내려온 벌레)로서 그 내면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은 우리 신화의 기본적인 세계관이 된다.
인간은 단순한 하늘 신의 투사체가 아니라 하늘의 정기와 함께 땅의 정기가 어우러져서 탄생한 존재라 할 수 있다.
다섯 쌍의 남녀는 인간의 다양한 개성에 대한 신화적 설명이다.
* 천지왕과 수명장자, 대별왕과 소별왕, 태초에 싸움이 있었다: <천지왕본풀이>
옥황 도수문장, 수명장자(쉬멩이 쇠멩이), 천지왕(옥황상제), 백주할망, 박이왕(총명아기 총명부인- 지상신, 모신), 대별왕(미륵), 소별왕
*대별왕(미륵)과 소별왕의 대립-저승과 이승
설문대할망(선문대할망, 설명두할망)-사라진 창조의 여신(고혜경,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한겨레/2006)---마고할미, 노고할미, 개양할미, 갱구할미(보령)...
-산신은 여신이었다. 마고할미, 마귀할미(마고할미의 신화 연구/조현설)
[둘째거리] 존재와 운명의 서사
*원천강(존재의 원천을 이루는 신비한 공간)의 오늘이, 존재의 문을 열다. <원천강본풀이>
아니, 어제와 내일을 그 속에 품고 있는 오늘. 그것이 곧 시간의 상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오늘 속에 우주가 품겨 있으니 오늘의 또 다른 이름은 곧 '영원'이 된다. 여기 홀로 오늘을 살고 있지만 영원히 우주와 함께인 존재, 그것이 오늘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다.
매일(순간)과 장상(영원)→ 오늘
*딸에서 여자로 어머니로 그리고 삼신으로, 당금애기의 운명: <당금애기-김유선 영일, 제석본풀이>-내륙지방
[셋째거리] 신이라고 하는 존재들
* 삼승할망 자리를 다툰 신의 딸과 인간의 딸: <삼승할망본풀이, 이승할망, 생불왕>-동해용궁따님애기, 명진국따님애기
* 대별상 어전또, 처녀 신 삼승할망 앞에 무릎 꿇다: <마누라본풀이>-서신국(홍진국) 마누라와 대별상(별상, 별성)---손님마마(천연두)를 관장하는 신
* 무서운 질병의 신 명신손님의 두 얼굴: <손님굿, 손님거리-동해안별신굿>
제2부 삶과 죽음, 삶 너머의 삶
[넷째거리] 어둠의 사자를 맞이하는 법
* 백년해골을 모신 사만이와 저승 삼차사: <맹감본-사만이본풀이>-인정,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 몰인정했던 사마장자는 어떻게 죽음을 면했나: <장자풀이> 부안 줄포
우리 안에는 신명이 있다. 우리가 신이라 일컫는 존재와 통하는 밝고 큰 기운이다. 그 기운이 활짝 펼쳐지면 삶은 살아나고 액운은 소멸된다. 죽음은 어느새 삶으로 역전된다. 사람과 사람은, 그리고 사람과 신은 그렇게 하나로 어울려 우주가 된다. 우리 신화의 기본 철학이다.
'나'라고 하는 틀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몸과 마음을 열어서 내 안의 신명과 내 밖의 신명을 연결하는 것. 저 우매하고 몰인정했던 사마장자가 해낸 그 일을 마침내 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다섯째거리] 저 너머 아득한 곳 또 다른 세상
* 망자의 저 세상 가는 길, 무간지옥과 시왕 극락 사이: <죽음의 말, 새남散陰>
* 신비의 꽃 세상 서천꽃밭을 찾아간 할락궁이: <이공본풀이>
짐정국과 임정국, 사라도령과 원강아미
서천꽃밭, 아이들(15세 안 되어 죽은 아이)은 죄가 없으므로 시왕의 심판을 받지 않는다. 서천꽃밭에 머물면서 꽃을 돌보다가 때가 되면 저승 극락으로 넘어간다. 저승어멍 원강아미 아범 사라도령 꽃감관 할락궁이
[여섯째거리] 이승과 저승, 그 사이의 인간
* 이승과 저승을 오고간 허웅애기: <허웅아기> 이승과 저승의 완전한 분리
* 매일 장상의 저승궤에 재물이 가득한 이유: <세민황제본풀이> 매일 장상-원천강본풀이
소인이 생각한 만인적선 활인지도는 수만 중 하나도 닦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밥 없이 굶는 사람과 옷 없이 떠는 사람, 온갖 불쌍한 사람이 세상에 가득하니 어찌 만인적선을 하고 활인지덕을 닦았다고 하겠습니까? 소인은 세상의 모든 불쌍한 사람을 구제하지 못한 오늘날 저승을 간다 할지라도 낯이 없어서 저승왕을 대할 수 없습니다.
* 저 세상의 도랑선비, 이 세상의 청정각시: <도랑선비와 청정각시 노래>
[일곱째거리] 바리, 이것이 신화다
<바리데기, 바리공주> 서울지역
다리 놓아 만인 공덕을 하고 절을 지어 성인 공덕을 할지라도 옷 벗어 대시주와 부엌 공덕이 제일이요 젖 없는 자손 젖 먹여주는 공덕이 제일이라 하더이다.
-무조신, 무당---천민사제
* 죽음을 생명으로 바꾼 바리데기의 기나긴 여정: <바리데기> 동해안
-길떠남, 영웅의 여정(조셉 캡벨)
제3부 신화와 인생
[여덟째거리] 부모와 자식으로, 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
* 무정한 아비 칠성님의 유정한 자식 칠형제: <칠성풀이>
* 막내딸 가믄장아기, 집을 떠나 홀로 서다: <삼공본풀이>
세상에 생명으로 태어난 모든 존재는 제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신화가 말하는 바다.
[아홉째거리] 욕망과 사랑 사이, 신화 속의 남과 여
* 일문관 바람웃도와 자매 여신 고산국 지산국: <서귀본향본풀이> <서흥리본향본풀이>
* 자청비와 문도령, 자청비와 정수남, 그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세경본풀이> 세경---농경신 상세경(하늘)-문도령, 중세경(생명의 모성의 신)-자청비, 하세경(땅)-정수남
[열째거리] 우리 신화의 주역은 여성이다
당금애기, 바리데기, 청정각시와 가믄장아기, 자청비
* 시험에 대처하는 황우양씨와 막막부인의 자세: <성주풀이> 황우양씨(성주신-집), 막막부인(터주신, 지신-집터). 긍정적인 부부상
* 대책 없는 남편 궁상이의 달 같은 아내 명월각시: <궁상이굿-함경, 일월노리푸념-평안>
[열한째거리] 사내들의 서사, 영웅 신화의 숨결
대별왕, 소별왕, 바리, 오늘이, 할락궁이, 당금애기, 원강아미
* 염라왕을 잡으러 저승으로 간 용사 강림: <차사본풀이> 강림도령, 죽음을 말함으로써 죽음을 넘어서는 반죽음의 신화, 다소 어설픈, 인정에 약한 저승사자.
* 바다와 대륙을 평정한 거침없는 영웅 궤네깃또: <궤네깃당본풀이>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세상의 중심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신화다.
[열두째거리] 백두와 한라의 영웅들
* 백두산 천지를 지켜낸 두 영웅: <백두산 전설, 연변> 중 <천지>. 흑룡(화산), 백장수와 공주.
* 해를 삼킨 흑룡과 삼태성 삼형제: <삼태성> <세쌍둥이별> 연변지역
* 백두폭포에 깃든 저항의 기백: <백두산 전설> 중 <백두폭포>
* 백조애기와 금상, 신은 한라로 깃들다: <세화본향당본풀이> 중 천자또와 백조애기, '금상님본풀이'-금상, 천자또와 백주애기---수용, 공생과 조화
* 압제 받은 이들의 신, 양이목사와 고대장: <양이목사본풀이> <고대장본풀이>-조상신본풀이.
제4부 우리 곁의 신, 우리 안의 신
[열셋째거리] 신은 어디에도, 어둠 속에도 있다.
* 땅귀 삼두구미: <삼두구미본> 타나토스---어둠, 죽음, 파괴의 신
* 조왕신 여산부인과 측간신 노일저대: <문전본풀이> 노일저대--팜므파탈
* 소수자 도깨비신들의 초상: <영감본풀이> 영감---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소수자.
* 불운의 신 지장, 그 또한 신이다: <지장본풀이> 지장-불행한 삶을 산 여인이 변해서 새[邪]가 된 신. 신은 어디에든 있다. 세상 만유에 신성하지 않은 것은 없다.
[열넷째거리] 신성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
우리 민간신화는 거친 들판의 야생화 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권력자나 문인 지식인의 보살핌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그들의 멸시와 배제와 억압에 노출된 상태에서 자생적으로 생명력을 이어온 야생의 신화가 바로 우리 민간신화이다.
* 황토섬을 방황하던 안심국이 신이 된 내력: <성조푸리, 성조신가-가신유래가> 경남 동래
* 광청아기의 슬픈 신성: <광청아기본풀이> 불륜과 책임
* 거북이와 남생이 형제의 금빛 발걸음: <숙영랑 앵연랑 신가> 함경도
살펴보면 고통과 방황은 누구에게든 있다. 눈이 멀고 등이 굽은 자 세상천지 많고도 많다. 때로는 가혹하여 자신을 팽개치고 싶기까지 한 그 업보는, 신의 뜻이다. 신이 아니면 누가 그리했을까. 그것을 받아들여 감내하기를 시작할 때, 내 한 몸으로 맞이하여 싸우기를 시작할 때, 신성의 빛은 피어난다. 그렇게 신성과 하나 되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나갈 때, 징그러운 뱀이 생금으로 화하여 존재를 찬찬히 물들이는 그 순간은 온다. 우리가 미처 느끼기도 전에.
[새로 여는 이야기] 우리 가는 길 신화가 되리
"그대 가슴속 신성의 빛!"
"그대 가는 길 신화가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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