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에 대한 선입견으로 읽기가 좀 어렵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잡았다.
그러나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모두 유형화되어 있으며, 장면도 일정하게 나뉘어 져 있고, 변사와 같은 구실을 하는 서술자가 있어 의외로 읽기 쉬웠다.
우리의 고소설이나 통속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잡지(주간지 ‘올 더 이어 라운드’)에 4월 30일부터 11월 26일까지, 총 31주 동안 ‘두 도시 이야기’ 연재. 소설의 인기로 인하여 잡지는 상업적 성공을 거둠. 프랑스 혁명기의 런던과 빠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그후 대략 총 2억부 이상 판매되어 소설 역사상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 중 하나가 됨.(작가연보 1859년)
이런 까닭으로 통속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 같다.
작품은 루시 마네뜨와 찰스 다네이(샤를 에브레몽드), 씨드니 카턴 사이의 사랑과 쌩에브레몽드 후작 일가와 에르네스트 드파르주, 떼레즈 드파르주 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복수로 이루어져 있다.
후작 때문에 18년간 바스띠유 감옥에 갇혔다가 석방된 후 쌩땅뚜안(빠리 바스띠유 동쪽의 빈민가)에서 포도주 상점을 하는 드파르주 부부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던 알렉상드르 마네뜨(아내는 영국인)는 런던 텔슨은행 직원 자비스 로리의 도움으로 1775년 영국으로 건너온다. 로리는 끝까지 마네뜨 일가를 돕는다.
런던의 텔슨은행은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곳이다.
‘하늘 아래 저질러질 수 있는 것 중 가장 무서운 범죄인 돈을 목적으로 한 범죄로 차근차근 이끄는, 피의 보상금이 광범위하게 오가는 곳이기도 했다(97쪽).’
샤를 에브레몽드는 후작의 지위를 포기하고 영국으로 건너와 찰스 다네이로 살아가다가 반역자(간첩)로 고발되어(고발자 존 바사다, 쏠로몬 프로스) 능지처참 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변호인 스트라이버와 씨드니 카턴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1789년 7월 중순(혁명기념일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습격)에 혁명이 일어나고 드파르주 부부는 혁명의 지도자가 되며 각각 부관으로 3번 자끄(농민혁명군), 복수를 거느린다.
기요띤에 의한 피의 복수가 벌어진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민중의 복수(난폭성)를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대학생 시절 졸정제 폐지 시위 중 학생들에게 붙잡힌 전투경찰이 폭행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돌멩이로 다리를 찍어 피를 흘리게 했던 장면이다. 비참했다. 처벌받아야 할 사람은 정책입안자들인데 그들은 보호막에 가리어 안전하게 있고 애꿎은 약자들만 고통을 받고 있는 장면 같았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누가 살아남을까?
흥분한 군중들은 난폭해지기 쉽다. 그래서 덕망 있는 지도자, 존경받는 어른, 민중의 고통을 달래 줄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때로는 애국자와 압제자의 피를 먹고 자란다(토머스 제퍼슨).'
'어제의 범죄를 용서하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프랑스, 나치부역자처벌)’
민중들은 귀족들에게는 인간이 아니었다. 어찌 그들에게 이성을 바랄 수 있겠는가?
민중의 난폭성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 씨앗을 뿌린 것은 귀족들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루이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를 처형한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노블리스 오브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철저한 응징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어제의 범죄는 과거,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는 지금이 한국과 비교된다.
제3권이 가장 재미 있었다.
다네이는 하인이었던 가벨의 구원 요청으로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위험한 빠리로 간다.
혁명가들은 ‘자유,평등,우애(박애),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대동단결 공화정’을 외치지만 거리는 공포의 분위기다.
다네이는 망명자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다.
‘공화국의 적, 귀족, 독재자의 가족, 추방된 종족의 일원으로서 인민을 악독하게 억압하는 데 그들의 폐지된 특권을 사용하였음. 샤를 에브레몽드, 일명 다네이는, 그러한 추방령에 입각하여 법적으로는 죽음이 확실함.(477, 검사의 진술)’
바스띠유 감옥 수감 생활과 의료활동으로 민중과 고통을 공유한 마네뜨 박사와 텔슨은행 로리의 도움으로 석방된다.
하지만 드파르주 부부와, 북탑 105에 숨겨뒀던 마네뜨 박사의 기록 때문에 다네이는 다시 체포된다.
비극의 원인은 후작 형제의 횡포 때문이다.(다네이의 아버지는 쌩에브레몽드 후작의 쌍둥이 형제)
'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그날이 오면, 난 당신과 당신네 족속을 당신의 그 악한 종족의 마지막 사람까지 소환해서 이 모두를 책임지게 할 거야. 내가 그렇게 한다는 표시로 그에게 이 피의 십자가를 표시한다.'(493 소년의 마지막 말)
그들과 그들의 자손들, 그들 종족의 마지막 한 사람까지, 나 불행한 죄수 알렉상드르 마네뜨는 1767년의 마지막 밤,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이 모든 것의 대가를 치르게 될 그 시절을 향하여 고발하는 바입니다. 나는 그들을 하늘에, 또 지상에 고발합니다."(500-1, 마네뜨 박사가 남긴 서류 끝 부분)
무고한 자가 조상이 저지른 죄 때문에 죽어야 한다는 것은 그녀(죽은 소년의 누이동생)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보는 것이었다. 그의 아내가 과부가 된다거나 그의 딸이 고아가 된다는 것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처벌로는 부족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원래부터 그녀의 적이며 그녀의 먹잇감이었고, 그래서 살아갈 권리가 없었다.(545)-개인과 집단의 문제
결국 다네이는 처형 직전에 씨드니 카턴과 바꿔치기함으로써 살아남는다.
두 도시, 런던과 파리. 런던도 파리와 같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이야기 같다.
나라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夫道不遠人 人無異國'라는 쌍계사 진감선사탑비의 최치원의 글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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