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이스라엘 전쟁으로 가자지구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격은 제노사이드로 비난받기도 한다.
" 세계 최대 도서전으로 불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지난 10월 18~22일 열렸다. 아다니아 쉬블리 작가는 지난 20일 리베라투르상(LiBeraturpreis)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 등의 민간인을 공격한 사건으로 시상식 참여가 취소됐다. 시상은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라투르상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랍, 남아메리카 등 제3세계 여성 작가들 중에 창의적이며 모범적인 독일어권 번역 작품 중에 선정된다."
최초로 읽은 팔레스타인 작가의 소설이다.
1부는 1차 중동전쟁 직후(1949 8.9.-13.) 이스라엘 점령지(나림)에서 국경 수비와 아랍인 잠입자 색출 및 제거를 맡은 소대장을 주인공으로 3인칭으로 서술한다. 소대장은 비무장 아랍인을 학살하고 소녀와 개를 부대로 데리고 온다. 소녀를 강간하고 병사들의 집단 강간을 방치하다가 죽인다. 개가 끝까지 짖으며 따라 온다.
2부는 팔레스타인 지식인 여성의 1인칭 목소리로 서술된다. 나는 아랍인 소녀가 죽임을 당하던 날로부터 25년 후 같은 날에 태어난다. 신문기사로 그날의 사건을 접하고 그녀가 죽은 날이 자신이 태어난 날이라는 사소한 이유로 현장을 찾아나선다. 나는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습성이 있다.
"병사들의 무리가 소녀 하나를 사로잡아서 사반세기 후 내가 태어난 날과 같은 날 강간하고 죽인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이 사소한 사건이 내가 아무리 잊으려고 노력해도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91쪽)
사건 현장을 찾아나서는 동안 원주민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거의 없고, 거리도 비교적 짧지만 검문과 도로통제 때문에 애를 먹는다. 마침내 민간 학살 장소를 찾았지만 거기에는 총을 든 이스라엘군이 있었다. 총을 맞아 죽는 것으로 끝이 난다.
분량도 적고(169쪽), 사건도 단순하여 쉽게 읽히지만 읽고 나면 마음이 내려앉는다.
기록해 두고 싶은 것들.
1. 군인에 의한 민간인 학살: 전쟁이라도 지켜야 할 규칙은 없는 것일까?(안중근의 포로 석방, 론 서바이버의 민간인 석방)
2. 사소한 일: 폭력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살인과 강간은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이 사소한 일이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한다. 근본족으로 이스라엘을 비롯한 기독교 문명은 차별과 배제를 바탕으로 한다. 지금 하마스-이스라엘전쟁도 이런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니림정착지 기록보관소(역사박물관) 책임자가 1차 중동전 이전에 이스라엘인과 베두인과 좋은 관계였다가 전쟁 이후 말 그대로 적이 되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일상에서는 우호적이었다가도 집단을 이루면 무섭게 바뀌는 게 인간이다.
"탱크가 아니라 인간이 승리하리라."
인간이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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