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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3. 11. 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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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8.03.10.

"미련한 자의 어리석은 소리에 대꾸하지 마라. 너도 같은 사람이 되리라.
미련한 자의 어리석은 소리엔 같은 말로 대꾸해 주어라. 그래야 지혜로운 체하지 못한다." - 잠언 26:4-5
책 앞머리에 있는 문장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대꾸했다가는 상황만 악화시킨다.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없으면 침묵하는 게 맞다. 상대는 제풀에 지칠 것이다.(바르셀로나 시가전에서 콥).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니체)- 가자지구 전쟁, 랜드 오브 마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그래서 현실을 똑바로 보고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 중 1936.12.- 1937.7월경까지 참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르포르타주이다.
스페인 내전은 "다른 여느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 전쟁은 사기요.(232쪽)"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혁명의 기대를 품고 참전했지만 현장을 무시하고 허구적 이념에 사로잡힌 스탈린주의자들이 혁명세력을 트로츠키주의자로 몰아 혁명을 왜곡시키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때의 경험이 <동물농장>과 <1984>로 이어진다.
공화국과 반란군의 싸움, 공화국내 정당간의 대립이 남북분단과 남한내 정당간의 대립과 묘하게 겹쳐진다.

1936년 12월 말. 노동계급이 권력을 잡은 바르셀로나에 있었다. 무정부주의자들의 깃발이 나부끼던 그 도시에는 혁명과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 희망과 위장이 혼합된 모습(150쪽)

나는 <레닌 병영>으로 간다. 그곳은 통일노동자당(P.O.U.M.) 의용군 부대였지만 빵을 제외하고는 모든 물자가 부족했다.
어설픈 훈련을 마치고 아라곤 전선에 배치된다. 우에스카 동부에서 전쟁같지 않은 전쟁을 겪으면서 전쟁의 정치적 측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전쟁 초기 몇 달 동안 프랑코의 실질적인 적은 인민전선 정부라기보다는 노동조합들이었다.(69쪽) 그러나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혁명적 그룹들을 제외한 전세계가 스페인의 혁명을 막기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소련을 배후에 둔 공산당은 전력을 기울여 혁명에 반대했다. 이 단계에서 혁명은 치명적이며, 스페인의 목표는 노동자 통제가 아니라 부르주아 민주주의라는 것이 공산주의자들의 테제였다."(71쪽)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선으로 갈 무기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세력들에 의해 독점되고 있었던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전쟁의 승리를 위해 혁명을 멈추고 중간계급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통일노동자당은 파시즘의 유일하고 현실적인 대안은 노동자들의 통제뿐이라며 전쟁과 혁명은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81-83) 그런데 공산주의자들은 전쟁의 승리보다 혁명세력의 탄압에 더 혈안이 되어 있었다.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자들에 의해 현실은 왜곡되고 이념에 사롭잡히게 된다.
"전쟁의 가장 끔찍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든 전쟁 선전물, 모든 악다구니와 거짓말과 증오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86쪽)"
모든 전쟁이 똑같다. 병사들은 전투하고, 기자들은 소리를 지르고, 진정한 애국자라는 사람은 잠깐의 선전 여행을 제외하면 전선 참호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90)
현장을 떠난 안전한 곳에서 전쟁을 게임하듯 하는 이들에 의해 벌어진 엄청난 비극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홀로코스트, 중동전쟁, 4•3, 5•18.....

현대전에서는 구급차를 이용해 탄약을 날라도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112)-가자지구 전투

정치적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프랑코의 싸움보다 무정부주의자와 공산주의자 사이의 내분을 훨씬 더 강하게 의식했다.(148쪽)
그런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반파시스트 연합보다 정당간의 정치적 원한을 더 중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221쪽)
나는 이런 종류의 비방과 언론을 통한 공세, 그리고 그것이 보여주는 정신의 습관은 반파시스트 대의에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229쪽)
진짜 쟁점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있다. 비방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231) --- 사소한 차이에 대한 나르시시즘: "사회에서 혐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차이를 존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겉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많은 것을 공유하고 나누고 있음을 끊임없이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헤이트 308쪽)”- 구동존이(求同存異)

바르셀로나 시가전: 치안대와 통일노동자당의 교전(172-174쪽)에서 콥의 중재, 실제 현장에서는 적대감이 덜했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떠오른다.
이 모든 일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 아니면 공습 때 정도의 관심만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음에 틀림없다. 어쩌면 바르셀로나 주민 다수는 그랬을지도 모른다.(192쪽)- 현장에서 멀리 있는 자들의 부풀림.
지도자와 지식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트로츠키주의- 영구혁명론, 세계혁명론(혁명의 규모를 전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사회주의 혁명은 성공할 수 없다). 혁명적 극단주의자. (비주류)- 분파, 기회주의 등으로 매도됨. *무지갯빛 트로츠키(야스히코 요시카즈)
스탈린의 일국(러시아)사회주의(주류). 국가 자본주의
* 두루티의 친구들. 호세 부에나벤투라 두루티 두망헤(1895.7.14.~ 1936. 11.20.)는 CNT(전국노동자연맹)와 FAI(무정부주의연합)를 비롯한 여러 아나키스트 조직에 참여하여 스페인 내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아나코 생디칼리스트 투사였다. 스페인 내전에서의 아나키즘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오늘날 아나키스트 운동의 영웅중 한명으로서 기억되고 있다.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H.M. 옌첸스베르거)

그러나 프랑코는 단순히 이탈리아와 독일의 꼭두각시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봉건적 대지주와 연결되어 있었으며, 케케묵은 교권주의적•군국주의적 반동을 표방하는 존재였다. 인민전선이 사기일지는 모르나, 프랑코는 시대착오였다. 오직 백만장자나 낭만주의자들만이 그가 승리하기를 바랄 뿐이었다.(234쪽)

이런 참사- 어떻게 끝이 나건 스페인 전쟁은 살육과 신체적 고통은 별도로 하고라도 경악할 만한 참사였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를 잠깐 보았다고 해서 꼭 환멸과 냉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 경험 전체를 통해 인간의 품위에 대한 나의 믿음은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강해졌다.(294쪽)- 민중을 비롯한 인간의 저력을 느낌.

기억에 남는 단어: '마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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