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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그늘 집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4. 5. 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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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그늘 집 / 윤순례 / 은행나무 / 2016.12.9.

전 지구적 세계화 시대, 자본의 논리에 의해 떠돌아야 하는 디아스포라들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 사유의 언저리에서 태어난 일곱 편 소설 속 인물들의 '귀향'이 부족함 없는 답을 내놓았기를 바랄 뿐이다. 띠지에 있는 작가의 말이다.
일찍이 <찔레꽃, 정도상 소설>,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과 주위의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보면서 디아스포라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여명과 혁명 그리고 운명, 정진호 소설)을 통해 코리언 디아스포라의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최근에 읽은 짤막한 소설 <옥화, 금희>를 읽고 이주민을 "동정도 숭배도 없이 존엄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시리아 난민의 자녀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부장적 사회제도의 권위주의와 폭력성도 깨달았다.


내가 평소에 즐겨 보던 <다문화고부열전>이나 <아빠 찾아 삼만리>처럼 익숙하고 뻔한 소재들이었으나 다양한 시선, 짤막한 문장과 장면 제시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사바아사나>
savasana(송장자세: sava 송장 + asana 요가자세)는 완전한 휴식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며 "모든 것을 내려놓아버리는 수련 방법"이다.
나는 송장자세를 취하다 잠에 빠져 애인 T를 친구에게 빼앗기고 올케언니가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를 찾는다. 마드리드역을 거쳐 쿠엥카로 여행을 하던 중 가방이 바뀐다. 바뀐 가방의 주인은 애인 희야를 반신불구로 만들어 놓고 스페인으로 온 남자이다. 가방에는 희야에게 쓴 엽서 꾸러미와 컵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산파블로 다리에서 남자는 자살하고 엎어진 모습의 주검을 보며 송장자세가 주는 안식을 기원한다. 다리 너머 '카사스 콜가다스'는 안개에 가려 있었다.
-사랑의 집착에서 벗어나라.

<공중 그늘 집>
캄보디아 외가에서 살고 있는 형제. 남편이 보험금을 노리고 만삭의 캄보디아 아내를 죽인 사건.
프엉의 못 이룬 사랑이 조선시대 부잣집 첩으로 팔려가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와 겹쳐진다. <다문화 고부열전>과 차이점은 남자 집안도 변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쇼팽의 낭만시대'에서 볼 수 있었던 가난한 귀족의 딸들이 나이 많은 귀족에게 시집가는 것(문란한 성생활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이 떠올랐다.
외삼촌의 오토바이 행상을 따라다니며, 니카에 소년다운 정도 느끼고 캄보디아에 삶의 뿌리를 내린다.

<북화의 백한 번째 생일을 위하여>
무국적자가 된 위장결혼 조선족 여성 정희주는 치매환자인 북화를 돌보며 지낸다. 국적을 획득하면 독일에 있는 사촌언니에게 갈 작정이다.
무국적자, 그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 호모 사케르(부정하기에 죽여도 되는 존재)인 난민, 미등록 이주노동자, 탈북자, 최근에 본 넷플릭스의 <로기완>에 그들의 삶이 응축되어 있다.

<색, 스스로 그러한>
광우의 빛과 나의 간암, 빛의 여행.
화려함 밖으로 밀려난 것들이 음지에서 피워내는 빛의 향연을 형상화했다(144쪽). 실린 작품 전체의 내용을 아우르는 말이다.

<위험한 거래>
성매매는 성착취냐, 성노동이냐는 의견이 갈리는데.........
한동안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요소로 성매매를 든 적이 있었다. 인간의 몸을 돈으로 사고 파는 것이 모든 것을 돈으로 대신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나라도 있고, 육체가 아닌 정신을 파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사람들의 의식은 변하고 그에 따라 직업 등 삶의 형태도 바뀐다. 그 과정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막달라 마리아-교황 그레고리우스의 왜곡: 창녀

<발로>
방글라데시 며느리의 깜짝 놀랄 일 준비한다는 말을 오해한 시어머니의 이야기. 반신불수의 아들(현태) 때문에 자격지심으로 동네를 헤매다가 돌아와 며느리가 차린 생일상 버터 미역국을 먹으며 '발로-방글라데시어로 좋다, 사랑한다'를 되뇌인다.
다문화고부열전처럼 따뜻한 정들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레고랜드를 가다>
캘리포니아 레고랜드에서 발목 관절염으로 휠체어를 탄 노인의 고행기. 가족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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