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어루만져준 12인의 예술가
12명 모두가 여성이다.
대부분이 가부장적 세계의 모순에 맞서고,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며, 새로운 것을 창조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5만원권 화폐의 주인공과 잘 대비되는 삶을 산 사람들이다. 왜 신사임당을 화폐의 인물로 택했는지 의문이 든다. 허난설헌이 떠올랐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프리다 칼로의 'VIVA LA VIDA'가 이책을 읽고 난 후 이해가 된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삶의 기쁨이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것들>
"진정한 정원사는 꽃을 가꾸는 사람이 아니라, 흙을 가꾸는 사람"(카렐 차페크) (33)
땅은 오줌이나 똥같이 사람이 추하다고 생각한 것일수록 더 귀하게 받아들여 생명을 틔워낸다. 꽃은 그 땅을 자리 삼아 움트는 생명이다.(34)
그림 속 나는 진짜가 아니다: 수잔 발라동 <자화상>
-유명 모델에서 화가로. 아름답지 않아도 될 권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되돌려 놓는 변신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112) 에릭 사티가 사랑했던 여인.
"우리가 아무리 삶을 증오할지라도 예술이 그 삶을 영원하게 한다"(119)
더는 나를 속이지 않기를: 카미유 클로델, 남성(로댕)에게 짓밟힌 삶.
경제학자이자 윤리철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불행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모욕은 그들의 고통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양의 애덤 스미스나 동양의 맹자는 공감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남의 고통을 보고 '차마 그렇게 두지 못하는 마음'이 공감이라면, 카미유의 불행은 어찌 이렇게까지 공감받지 못했을까. 때로는 평범한 사람들의 편리한 생각이 한 사람에게는 잔인한 불행을 초래하기도 한다. 스미스의 말처럼 불행을 경시하는 태도가 가장 잔인한 모욕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듯, 평범한 경시가 평범하지 않은 한 예술가의 혼을 산채로 매장했던 것은 아닐까.(147-8)
나의 누드는 나의 자유다: 潘玉良pānyùliáng
창기에서 중국 최초의 모더니스트 여성 서양화가.
潘贊化(후견인), 텐수신(제자, 연인)---- 남과 여의 이분법적 사고 탈피
<창가의 자화상>에서 판위량은 파리의 도시 풍경이 보이는 창 앞에 서 있다. 보수적인 시대에 그려진 '창'의 이미지는 '열린 공간'을 상징한다. 흔히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여성 초상화의 관습을 깨뜨린 것이다.
<인간이라는 직업>(2013)을 쓴 알렉상드르 졸리앵은 "인간은 끝없이 투쟁하는 존재"라고 했다. 그 투쟁은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는 투쟁이고,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다르게 보도록 만드는 투쟁이다. 홀로 버려진 유년시절을 딛고 그림이 라는 매체로 삶의 의미를 찾았고, 기존의 문법에서 벗어난 누드화로 아시아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려 했던 판위량의 삶이야말로 이 두 종류의 투쟁에 바쳐졌다고 할 수 있을 터이다.
나는 환상이 아닌 현실을 그린다: 프리다 칼로
자신의 얼굴에 집착한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 역시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그는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뭉개서 괴물처럼 표현했다. 그는 "고통받는 모든 인간은 정육점의 고깃덩어리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육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비참함을 견디는 일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자화상을 통해 전했다. "VIVA LA VIDA"
몸으로 두려움을 마주하다: 아브라모비치 <예술가가 여기 있다>
- 일관된 진정성, 행위예술
아브라모비치에게 걷는 행위는 "두 개의 몸이 만나는 것이다. 그녀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두 번의 만남을 경험했다. 그녀는 90일 동안 홀로 걸으며 제삼자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또한 땅속 광물질의 종류에 따라 육체와 영혼이 다르게 반응하는 에너지를 경험하며 인간의 몸과 땅의 몸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아브라모비치가 불가사의한 대자연을 그야말로 '단독자'로 마주하며 연결을 시도했을 때, 그 연결은 그동안 가닿지 못한 '미지의 땅' 까지 연결하는 것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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