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문장으로 흐릿한 수채화처럼 장면을 제시하고 있어 곰곰이 씹어야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폭발하는 듯한 장면으로 끝을 맺어 한참을 생각하게 만든다.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 두어 좋았다.
'푸른 들판을 걷다'는 작가의 초기 단편소설집이다. 첫 작품 <작별 선물>을 읽으면서 혐오감 비슷한 감정이 일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과 어린 딸 성추행, 어머니의 묵인. 오빠 유진의 배웅을 받으며 당신은 뉴욕으로 떠난다.
이 작품집에서는 가부장적 폭력, 금지된 사랑, 차별주의 등으로 인한 모순과 혼돈의 정조가 지배적이다. <삼림 관리인의 딸>의 결말에 나타나는 불의 이미지로 정화 된다.
읽으면서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배경인 아일랜드 풍경이 떠올랐다.
<푸른 들판을 걷다> 사제의 옛 여인의 결혼식. 금지된 사랑.
하느님은 어디 있지? 그가 물었고, 오늘밤 하느님이 대답하고 있다. 사방에서 야생 커런트 덤불이 풍기는 짙은 냄새가 뚜렷하다. 양 한 마리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 푸른 들판을 가로지른다. 머리 위에서 별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하느님은 자연이다.(64)
살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이상한지. 곧 부활절이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성지주일 강론을 준비해야 한다. 그는 길을 향해 들판을 다시 오르며 사제로서 나무들의 라틴어를 최선을 다해 판독하는 내일의 삶에 대해서 생각한다.(64)
<검은 말> 남성(브래드)이 여성(그녀)이 가장 아끼는 검은 말(서러브레드)을 쫓아내어 그녀는 떠나버리고 남성은 그를 그리워하며 지낸다.
<삼림 관리인의 딸>
삼림관리인 디건의 막내딸(빅토리아 디건)은 엄마 마사가 외판원과의 불륜으로 태어났다. 사랑 없는 가정 생활 중에서도 똑똑한 막내는 바보 오빠를 돌보고 아버지가 불법으로 데려온 개(저지)를 애지중지한다. 막내의 사랑이 뿌린 결과로 오빠는 집을 불태운다.
<물가 가까이>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성소수자(동성애가 입대 )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굴복>(맥가헌에 이어)
권위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중사는 약혼녀 수전을 방치하다가 그녀의 편지와 동봉한 반지를 받고나서 그녀가 살고 있는 마을을 찾아간다.
<퀴큰 나무-마가목- 숲의 밤>
사제와의 금지된 사랑.
사제가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은 한 걸음이 어디로 이어질 수 있느냐였다.(202)
그녀가 알았던 제일 좋은 사람들은 전부 별났다.(214)
그는 그녀에게 손댄 날을 아직도 후회하고 있겠지만 그가 손을 뻗은 것은 나약함만이 아니라 그의 운명 때문이었다.(233)
그녀는 미친 사람들이 세상에 있어서 기뻤다. 마거릿은 그를 바라보면서 자신도 약간 미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가 모퉁이를 돌자 타조들이 번화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이 보도에 서서 지나가는 타조들을 바라보았고 머리를 땋은 어린 소녀가 막대로 타조를 몰았다. 그래, 미친 거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마거릿이 생각했다. 때로는 모두가 옳았다. 미친 사람이든 제정신인 사람이든 대체로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자신이 원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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