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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5. 12. 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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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 욘 포세, 손화수 / 문학동네 / 2024.4.15.

책 표지에 욘 포세의 장편소설이라는 글이 있다.
사실 이 소설은 81쪽의 단편소설이다. 2023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문 - 침묵의 언어 - 과 옮긴이의 말 - 더 많은 고요를 듣기 위하여 - 를 모두 포함해도 117쪽밖에 안 된다.
짧은 문장, 문장과 문장 사이의 침묵이 독자를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단락으로 이루어져 한 덩어리의 뒤엉킨 생각을 독자 앞에 던져놓는 것 같기도 하다. 읽어가면서 늦가을의 노르웨이 숲에서 의식이 점차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한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을 인정받아 노벨문학상수상"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순백색의 존재는 영혼을, 부모님은 살아오면서 가장 영향을 받은 존재를, 검은 양복의 남자는 저승사자를 뜻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내가 의식을 잃을 때 확인해 봐야겠다. 그래서 장편인가?
내 수준에서는 별점을 매길 수 없는 작품이다.

나는 늦가을 어느날 지루함에 압도되어 차를 타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숲속으로 들어와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다. 길은 인가로 이어졌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간다. 눈이 내려 발자욱이 덮히고 날은 어두워진다. 어둠 속에서 사람의 형체를 닮은 반짝이는 순백색의 형체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순백색의 존재와 짧은 대화를 나누지만 제대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눈이 그치고 하늘에는 달과 별이 빛나고 있다. 다시 알 수 없는 존재와 이야기를 나누고 이어 부모가 나타난다. 대화를 나누지만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시 구름에 별과 달이 가리워지고 나는 고요함의 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고요함 속에서는 신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할 때 다시 구름이 걷힌다. 계속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무 피곤하여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한다. 검은 색 양복, 흰 셔츠, 검은 넥타이에 맨발의 남자가 나타난다. 부모님은 사라지고 순백색의 존재가 다시 보인다. 부모님은 다시 남자와 순백색의 존재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다. 남자는 어머니 한 쪽 팔을 잡고, 어머니는 한 쪽 팔로 아버지를 잡은 채 모두 맨발로 나에게 다가온다.  순백색의 존재가 그들을 감싸고 있다. 어느새 맨발이 된 나도 남자의 손을 잡고 빛의 일부가 되어 허공 속을 걷는다.

"문득 나는 빛나는 존재가, 순백색의 반짝이는 존재가 우리 앞에 서있는 것을 본다.  그가 따라오라고 말하고, 우리는 그의 뒤를 따라간다. 아주 천천히, 한 발짝 또 한 발짝, 한 숨 또 한 숨, 검은 양복을 입은 얼굴 없는 남자,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 그리고 나, 우리는 맨발로 무의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한 숨 또 한 숨, 어느 순간 숨이 사라지고, 그곳에 있는 것은 오직 호흡하는 무를 빛처럼 뿜어내는 반짝이는 존재뿐이고, 어느새 숨을 쉬고 있는 것은 우리다. 각각의 순백색 속에서." - 소설의 끝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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