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내 식탁 위의 개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6. 5. 5. 19:48

본문

내 식탁 위의 개/ 클로디 윈징게르, 김미정/ 2024.7.22

<권두시>
​잠잠히 있어라, 불현듯 너의 식탁에/ 천사가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조용히, 가만히 있어라./ 네 빵 밑 식탁보에 생긴/ 주름 몇 개를 부드럽게 펴주어라./ 너의 투박한 일상의 음식을 권하라./ 천사도 그것을 맛볼 수 있도록/ 그리고 그의 순결한 입술로/우리가 매일 쓰는 소박한 잔을 들어 올리도록) -과수원 제3수, 릴케

80 노부부인 소설가 나(소피)와 독서광인 그의 남편 그리그가 부아바니(추방당한 숲, 알자스 보주산맥 방부아를 모델로 함)에서 속세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일상을 다룬다. 미니멀리즘적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어느날 어린 개가 성폭행을 당한 채 나타난다. 개와 눈을 맞춘 소피는 예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렇다. 나는 예스라고 말했다. 나는 동의할 것이다.) 셋이서 함께 살아간다. 부부도 노화로 힘들어하지만 인간보다 일곱배나 일찍 늙는다는 예스도 부부의 곁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짤막한 문장과 62개의 장으로 세분하여 읽기에 편했다. 자전적 수필 같은 느낌이 든다. 집 두 채가 멀리 떨어져 있는 강원도 산골에 대한 추억 때문에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떠올랐다. 소박한 삶을 살았던 헨렌과 스콧 리어닝 부부의 <조화로운 삶>도 읽어봐야겠다.

- 뭐라고? 네 소설 제목을 내 식탁 위의 개라고 하고 싶다고? 하지만 귀여운 개를 키우는 모든 여성들을 독자로 가지게 될 거야. 그건 네가 원하는 게 아니잖아.
- 아니. 오히려 그게 내가 원하는 바야. 그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제목이면서 어떤 세대에게는 특별한 제목이 될 거야. 자신들의 식탁으로 다양한 종들은 받아들이는 거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잖아. 들어오렴, 동물들아, 우리 같이 식탁에 않자. 너희를 위해 자리를 마련했어. 이건 열려 있는 제목이야. 짐승들에게 열려 있는 식탁 같은 제목, 아이들이 멀리서 큰 소리로 외칠 것 같은 제목이야. 이건 하나의 징후야. 하나의 선언인 거지. 내 말을 믿어. 이건 훌륭한 제목이야, 소피. 카프카에 따르면 동물계의 使者인 개가 인간의 식탁으로 초대된 거지. 이 제목은 꼭 계속가져가.(352-3쪽)인간의 오만에 진절머리가 났고 서열 경쟁에 끼고 싶지 않았으므로, 나는 예스와 한 몸이 되어 바닥을 뒹굴며 예스의 관점을 받아들여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특히 삶에 대한 예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들였다. 예스가 보여주는 엄청난 긍정도. 예스의 열정도.(129-130)
* 도나 해러웨이의 <트러블과 함께하기> 중 반려종과 共-産, sympoiesis( '함께 만들기 making-with)'와 연결된다.

'마음닦기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슬람 역사•종교•문화  (0) 2026.05.15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슬람이야기  (0) 2026.05.11
알고리즘 포비아  (0) 2026.04.26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0) 2026.04.26
숲을 읽는 사람  (0) 2026.04.2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