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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13. 12. 28.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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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돌베개/ 2013.3.11

 

3권 모두 합치면15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옮긴이의 정성이 느껴진다.

성실함이 배여 있는 번역, 친절한 주해, 풍부한 최신의 사진들이 곁들어져 읽기에 편했다.

일정도 바쁘고, 언어 소통에도 적잖이 불편한 점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기록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내용도 풍성하여 그것 때문에 읽기가 불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체성이 현실에 대한 불만을 유머로 풀어갈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 같다.

연암을 따라 즐겁게 여행하는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비분강개 잘 하고 엄숙주의에 빠져 있는 유학자들과는 다른 유쾌하고 때론 유들유들한 연암의 모습을 본다.

웃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빠짐없이 다 하는 그의 모습에서 현실을 대하는 방법을 찾는다.

 

 

문사철100-5

박지원이 중국과 조선의 비교를 통해 법고창신의 정신을 가져야 함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고창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점 한 가지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세요.

 

".....요술의 기술이라는 것이 비록 천변만화의 기술이지만 겁낼 만한 것은 없습니다. 천하에서 정말 두려워할 요술은 크게 간사한 사람이 충성스럽게 비추는 것이며, 아주 점잖은 척하지만 알고 보면 천하에 가장 고약한 사람인 향원(鄕愿)이 덕을 꾸미는 일일 것입니다."
하기에 내가,
"한나라 때의 호광 같은 정승은 여섯 임금을 섬기며 중용을 가지고 요술을 부렸으며, 5대 시대에 풍도는 성씨가 다른 임금 여러 명을 섬기며 명철보신을 가지고 요술을 하였으니, 웃음 속에 칼을 품고 있음은 오늘 본 요술 중에서 입 안에 칼을 삼키는 요술보다 더 혹독한 것이겠지요?"
하고 서로 크게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열하일기, 환희기(幻戱記)>

 

“가장 상대하기 싫어하는 자는 덕이 있는 척하면서도 행실이 정직하지 못한 사람, 부정부패하여 서로 허물하고 원망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한 것이 아버님의 본말을 다 말했다고 할 수 있다. <과정록>

 

이상에서 보듯이 박지원은 향원과 같은 사이비 유덕자(有德者)를 가장 싫어했다. 사이비 유덕자는 다음과 같이 예의에 사로잡힌 북벌론자들을 두고 한 말이다. 실력도 없고 의지도 확고하지 않으면서 정권 유지를 위해 북벌을 주장하던 사람이야말로 사이비 유덕자가 아니겠는가?

 

「청나라가 처음 일어났을 때는 한족을 포로로 잡으면 잡는 대로 반드시 머리를 깎았다. 그러나 정축년의 회맹에 따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리는 깎지 않기로 하였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세상에 전하는 말로는 청나라 사람들 중 청 태종 칸(汗)에게 조선 사람의 머리를 깎으라고 권한 사람이 많았는데, 칸은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은밀히 여러 패륵(貝勒)에게 말하기를,
"저 조선은 본시 예의의 나라라고 불리니, 그들은 머리칼을 아끼는 것을 자신의 목을 아끼는 것보다 더 심하게 한다. 지금 만약 그들의 사정을 무시하고 강제로 깎게 한다면 우리 군대가 철수한 뒤에 반드시 본래의 상태로 되돌릴 것이니, 차라리 그 풍속을 따르도록 해서 예의에 속박시켜 버리는 것만 못할 것이다. 저들이 만약 우리의 풍속을 배운다면 말을 타고 활을 쏘는 데 더 편리해 질 것이니, 그건 우리에게 이로운 게 아니다."
하고는 드디어 논의를 중지시켰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처지에서 논해 본다면 그보다 더 큰 다행이 없을 터이고, 저들의 계산을 따져 본다면 다만 우리나라를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아주 문약하게 길들이려는 속셈일 것이다.」<열하일기, 동란섭필>

 

이와 같은 허례허식은 우리 주위의 작은 일부터 스스로 해 나가면 없어질 것이다. 조선에서 내로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북경을 다녀왔지만 연암처럼 느꼈던 사람들이 얼마나 됐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되놈, 오랑캐라 업신여기지 않았을까? 연암처럼 열린 마음으로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이용후생에 힘썼다면 일제강점기라는 민족사의 암흑기도 없었을 텐데...

 

「작년에 이덕무가 이 절에 유람을 왔을 때가 마침 장날이었는데 내각의 학사인 숭귀(崇貴)라는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그는 직접 여우 털옷을 골라서 옷깃을 헤쳐 보기도 하고 입으로 털을 불어 보기도 하며 몸에 대 보고 길이를 재더니 자기 손으로 은자를 꺼내어 계산했는데, 이덕무가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숭귀라는 사람은 만주인으로 왕년에 칙명을 받들고 우리나라에도 왔던 인물이다. 관직이 예부시랑, 몽고부총통 등 고관이다.
우리나라에선 비록 선비가 궁핍하여 부릴 심부름꾼 하나 없는 처지라도 자신이 직접 시장판에 나가는 일은 없다. 장터에 나가서 되잖은 장사치들과 물건 값을 흥정하는 것을 비루하고 좀스러운 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광경이 우리나라 사람의 눈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여기저기 다니며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을 둘러 보았더니 모두들 오중(吳中), 즉 강소 지방 명사(名士)들이고, 좀스러운 장사꾼이나 거간꾼은 아니었다. 유람하러 온 사람들은 대체로 한림원의 서길사(庶吉士)들이 많았으며, 친구를 방문하기도 하고 고향 소식을 묻기도 하면서, 겸하여 기명이나 옷가지를 사기도 한다.」 <열하일기, 앙엽기-융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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