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에 읽고 30여년이 흐른 후 다시 읽었다.
다시 읽기 전에 기억을 더듬으니 '새(아브락사스)'밖에 떠오르는 게 없다.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싯달타>의 기억이 더 새롭다. 하지만 두 번째로 책을 읽고 난 후 이전의 독서 경험이 알게 모르게 나의 사고에 영향을 끼쳤음을 깨달았다. 청소년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옳아! 그러나 세계는 다른 것으로도 이루어져 있어. 그런데 다른 건 죄다 그냥 악마한테로 미루어지는 거야. 세계의 이 다른 부분이 통째로, 이 절반이 통째로 숨겨지고 묵살되는 거야. 바로 사람들이 신을 모든 생명의 아버지라고 기리면서도, 생명이 거기 근거하는 성생활은 간단히 묵살하고 어쩌면 악마의 일이며 죄악이라고 선언하는 거야!"
사람들은 모든 것을 상호 배타적인 이분법으로 사고한다. 선과 악, 긍정과 부정, 좋고 나쁨 등과 같이....
싱클레어는 선의 세계에서 생활하다가 프란츠 크로머를 통해 악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돈을 훔치는 행위를 보면서 어릴 적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쓴웃음이 나왔다. 나의 치졸한 행위 때문에 부모님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선의 세계만 추구하는 경향을 버리고 악의 세계도 같이 아울러서 선과 악의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적 과제를 지닌 어떤 신성의 이름을 아브락사스라고 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20대에 느꼈던 삶의 비본질감- 삶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주위만 뱅뱅 돌고 있다는 느낌-의 원인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운명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고 내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그래서 "어디서나 운명의 짐 풀기와 따뜻한 아궁이 곁으로의 도피가 있었다. 결국 "몇 년 술 퍼마시고 방종한 생활을 하다가, 그 다음에는 밑으로 기어들어 국가에 봉사하는 근엄한 신사가 된 것이다." 나의 의식은 20대에서 멈추어 있었다.
알을 깨뜨리려면 신을 이긴 자 야곱처럼 싸워야 한다.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알의 세계를 깨뜨리고 나온 사람끼리 연대하여 미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픔의 길이다.
책을 읽으면서 젊은 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추억 같은 책이고 다시 한번 나를 추스리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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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헤르만 헤세에의 문학에서 나타나는 정신분석학적 원형, 혹은 모티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골라 정리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세요.
-<데미안>의 '라이트 모티프(Leit Motif-주도 동기)인 '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기 구현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새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모든 상반된 요소들을 초월하는 것(CG 융)의 상징이다.
익숙한 세계(알)를 깨치고 나와 아브락사스(선과 악의 대립에서 구원을 가져다 줄 수 있고 마력을 지닌 신적인 존재)를 향해 나가는 존재-길들여진 존재에서 추구하는 존재로 변하는 과정을 강렬한 상징으로 잘 보여준다.
2. <데미안>에 나타나는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헤르만 헤세가 그린 자기구현의 완성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 <데미안>은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로 시작된다. 주제를 요약하면 '자기 구현'이다. 나아가 깨어있는 개인들이 연대하여 세계의 모습을 바꾸어 놓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알의 세계가 너무나 견고하기 때문이다. 패거리짓기 결과로 나타난 1차세계대전에 싱클레어와 데미안은 부상 당한다. 현실적으로 전쟁을 종식시킬 힘이 그들에게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내면적인 자기 구현은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자아로서 자기 구현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