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坡八首其二
荒田雖浪莽
高庳各有適
下隰種秔稌
東原蒔棗栗
江南有蜀士
桑果已許乞
好竹不難栽
但恐鞭橫逸
仍須卜佳處
規以安我室
家僮燒枯草
走報暗井出
一飽未敢期
瓢飮已可必
동파에서 지은 8수 중 두 번째
황폐한 밭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겼지만
높은 곳과 낮은 곳이 나름대로 쓰일 테니
낮고 습한 곳에는 볍씨를 심고
동쪽의 둔덕에는 밤 대추를 심으리라.
강 건너 남쪽의 촉에서 온 사람이
뽕나무의 씨앗을 주기로 했고
멋진 대를 심는 것도 어려울 게 없지만
대 뿌리가 아무 데나 뻗어 갈까 두렵네.
좋은 장소 골라잡아
아담한 내 집도 한 채 지을 생각인데
아이놈이 마른 풀을 불태우다가
샘물이 나온다고 달려와서 얘기하니
배불리 먹는 것은 기약할 수 없어도
물 하나는 마음껏 마시게 됐네.
*東坡: 황주 동쪽 비탈에 있는 황무지를 개간하여 만든 농장 이름. 여기서 동파거사라는 호가 나왔으며, 이 시기 소식은 어렵게 살아 갔다.
*浪莽(낭망): 무질서하고 거리낌이 없음.
*高庳(고비): 고저. 높은 곳과 낮은 곳.
*蒔: 모종 낼 시 1. 모종을 내다 2. 심다 3. 소회향(한약재로 씀)
*秔稌(갱도): 메벼와 찰벼.
*蜀士(촉사): 장강(長江) 건너편의 무창(武昌)에 촉(蜀)에서 온 왕문보(王文甫)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소식과 왕래가 잦았다.
*鞭(편): 땅위로 뻗어 있는 대나무의 뿌리.
*규이: 계획해서
*安: 마련하다.
*瓢飮(표음): 한 바가지의 물. "훌륭하도다, 안회(顔回)여! 한 그릇의 밥을 먹고 한 바가지의 물을 마시면서 초라한 마을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고민스러워하는데 안회는 그렇게 살면서도 변함없이 즐겁게 지내니 훌륭하도다. 안회여![賢哉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 <논어> 옹야편에나오는 공자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안빈낙도(安貧樂道)하려는 소식 자신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해제>
황주에 유배된 후 궁핍한 나날을 보내는 소동파를 본 마동득(馬夢得)이라는 친구가 황주 관아에 부탁해 옛날에 군대가 주둔하던 묵은 땅 수십 마지기를 얻어 주었다. 소동파는 몸소 이 황무지를 개간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원풍 4년(1081)의 일이었다. 그는 이 땅에 東坡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호를 동파거사라고 했다. 이 시는 이 일을 노래한 것이다.
고관 출신임에도 농사꾼이 되어서 욕심을 버리고 초연하게 사는 안빈낙도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