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평전/송우혜 지음/서정시학/2014.05.20
『그보다 더 크게 다가온 문제는 1970년대 후반에 한국 문단에 강력하게 등장한 윤동주의 생애와 그의 시의 저항성에 대한 폄하현상이었다. "평생 공부만 했던 윤동주가 무슨 독립운동을 했겠는가. 일본 유학생으로서 일제의 과잉단속에 걸려 불우하게 옥사한 것"이라는 평가가 새로운 대세를 이루었다. 역사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이들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윤동주 시인에 대한 평가를 오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부록에 실린 지은이의 말이다.
정확히 그때쯤에 본격적인 교육을 받은 세대로 이 부분을 접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육사와 비교하여 윤동주는 독립운동보다는 가혹한 시대 현실 속에서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고 애쓴 순결한 영혼의 소유자로만 생각했다. 그의 죽음도 방학을 맞아 귀국하려다가 '불령선인'이라는 죄목으로 우발적으로 체포되어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비참하게 죽어간 줄로만 알고 있었다.
독서을 통해 그 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알 수 있었다.
읽는 즐거움과 부끄러움을 같이 느낄 수 있게 해 준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윤동주의 보조적 인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송몽규의 재발견, 익히 알고 있었던 문익환, 정병욱과의 관계, 생전 처음 접한 라사행, 고희욱, 강처중이라는 인물들, 특히 강처중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말로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범죄였던 당시에 우리말로 문학을 했고,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민족의식을 견지한 채 미래를 꿈꿨던 시인의 행위는 우러러 마땅하다. 하지만 그의 살아가는 방식이 더 절절하게 가슴을 흔든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가슴 아파하며 흘리는 시인의 눈물이 가끔씩이라도 가뭄에 갈라진 땅거죽 같은 나의 가슴을 적셔준다.
『참으로 성실한 아픔은 그것 자체로 곧 치유제가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시대의 부끄러움을 마주할 때마다,
그때에 나온 이토록 청정하고 아픈 탄식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위로와 우리의 묵은 상처의 통증을 견디어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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