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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16. 6. 2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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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일리치의 죽음/똘스또이, 이강은 역/창비/2012.10.05.

이반 일리치가 근무하던 법원 건물에 이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동료들은 이반의 죽음으로 일어날 자리 이동이나 승진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가장 친한 친구 뾰뜨르 이바노비치도 문상을 끝내고 카드놀이를 하러 가는데만 관심이 있다. 이반의 아내 쁘라스꼬비야 표도로브나 골로비나도 국가로부터 더 많은 연금을 받아낼 생각만 하고 있다. 이렇게 소설은 시작된다.

 

2장은 "이반 일리치의 지나온 삶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면서 지극히 끔찍한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가볍고 유쾌한 안락함 속에서 품위를 유지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왜 끔찍하다고 했을까?

 

바라던 대로 승진한 이반은 집안 정리를 하다가 옆구리를 다친다. 그 이후 서서히 병세가 악화되지만 의사들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한다.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의사와 주위 사람들은 곧 좋아질 것이라는 뻔한 거짓말을 해댄다. 단 한 사람, 부엌일을 돕는 하인인 게라심만이 진정으로 이반을 대한다. 이반도 게라심에게서는 위로를 받지만 그밖의 사람들에게는 거짓으로 대한다. 그 주변의, 그리고 그 자신의 이런 거짓말이 이반의 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해치는 가장 무서운 독이었다.

 

죽음을 앞두고 이반은 '어쩌면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자신의 삶이 잘못일 수는 없다고 단정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인생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애써 외면하려던 마음 속의 외침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이반이 세상을 뜨기 한 시간 전쯤의 일이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이반 곁으로 아들이 다가와 아버지의 손을 잡아 입술에 대고 울음을 터뜨린다. 바로 그 순간 이반은 빛을 발견한다. 그는 그의 삶이 모두 제대로 된 것이 아니지만 아직은 그 걸 바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들과 아내를 보면서 불쌍하다고 여기며, 자신이 모두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했다. '쁘로스찌(용서해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순간 그는 죽음 대신 빛을 보았다. '끝난 건 죽음이야. 더 이상 죽음은 존재하지 않아.'라고 마음 속으로 되뇌이며 숨을 거둔다.

 

결국 끔찍한 삶이란 인간적 소통 없이 세속적인 기준에 따라 사는 것이고, 이반이 찾아낸 진실한 삶은 서로를 존중해주며 진정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닐까?

 

죽음은 이별의 한 형식이다.

종업식을 이틀 앞두고 치료 받으러 서울로 떠나는 날 깨달았다.

내가 없어도 뒷일은 아무 탈 없이 마무리되고

세상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변함없이 돌아간다는 것을.

그러니 존재에 대해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 2013.6.23.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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