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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요체의 비밀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18. 12. 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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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요체의 비밀 / 오규원 / 명에디터 / 2018.05.05.


신미대사(1405?-1480?0에 관한 글을 읽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 스님이 관여했다는 말을 처음 들었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다.

지은이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프란츠 카프카>,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순례11> 등으로 고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시인이 이런 소설도 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인해 보니 시인은 2007년에 작고하셨다. 여러모로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신미대사가 훈민정음 창제에 관여한 일기인 <시도요체>를 둘러싼 한일 간의 쟁탈전이 추리소설 기법으로 이어진다. 읽기에 편하다.


중심 내용은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 취지이다.


태종은 양평과 효령을 제치고 충녕을 세자로 책봉한다.

세종의 정비인 소헌왕후의 아버지 심온마저 죽인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충녕에게 왕위를 물려준 이유는 무엇일까?


아바마마께서 바라신 건 나랏일 걱정에 밤을 세우고, 몸이 미령해도 편전에 나가 정사를 도모하라는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권농(勸農)이나 강무(講武)가 아니라 백성들을 고된 삶에서 건질 수 있는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 같은 것예를 들면, 이 땅의 백성들이 영원히 배를 곯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이라든지, 혹은 소국의 굴욕에서 벗어나게 한다든지

전하하오나 그런 방법이 있겠습니까?”

물론 쉽지는 않지요그래서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게 뭘까 하고 몇 날 며칠을 생각하다가 문득 백성들이 스스로 깨우쳐야만 굴욕에서 벗어나고 배고픔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건 눈에 보이는 권농이나 강무 따위가 아니었다는 말씀입니다.”

 

효령과 세종의 대화에서 따온 글이다.

세종은 백성을 위한 정치(舟非水不行)를 펼치고, 외세에 굴하지 않는 자주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것을 그 이유로 파악했다.

그리고 백성들을 깨우치기 위한 문자를 만들고자 한다.

백성들이 쉽게 깨우치고 외국말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문자.

<노걸대(老乞大)>와 <박통사(朴通事)>와 같은 외국어 교재도 한문으로 된 것을 보고 안타까워 한다.


첩아월진(帖兒月眞, 첩월진, 파스파八思巴 문자-몽골족이 원나라를 세운 후 한자의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티베트 승려 파스파를 시켜 만든 소리 문자. 글자가 복잡하여 위구르畏吾兒 글자에 밀리고, 원나라 멸망 후 사라졌다.)에 관심을 갖지만 국내외에 남은 자료가 없었다.

효령을 통해 속리산 복천사(복천암)의 신미대사를 소개받아 궁으로 불러 들인다. 신미대사는 불경을 읽다가 원전이 궁금해 독학으로 범어(산스크리트어)와 토번(티베트)어, 파스파 문자 등을 독학으로 익혔다. 그 지식을 활용하여 훈민정음 창제를 돕는다.

 

그것만이 아니다. 이 나라 백성들이 이 나라를 위해 살아야지 어찌 다른 나라를 섬기며 산단 말이냐? 진정 사대가 좋아서 하는 짓이냐? 지금은 힘이 약하니 참되, 깨우쳐 지피지기하라고 글자를 만든 것인데

 

<시도요체-세종의 중요한 깨달음>은 순경음에 있다. 순경음은 훈민정음 23초성 체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본래의 초성에 가획해 만든 글자로 주로 한자어 표기에 사용되었다. 외국어 표기를 위한 글자이다. 문자를 지피지기의 수단으로 삼아 국력을 신장하자는 것이다.


유교경전이 아닌 불경 언해에 공을 들인 것도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유학자들 때문이었다는 말도 수긍이 간다.


한글을 사용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은 순경음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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