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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19. 2. 1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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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 -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 배수아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04.15.


로베르트 발저. 낯선 이름이다.

산책을 많이 해야할 몸이라 제목에 끌려 책을 잡았다. 산책하면 먼저 햇살과 바람이 떠오른다. 산책은 사색의 시간이자 휴식과 안정의 시간이기도 하다. 고독한 사색가를 생각하며 이 책도 이러한 내용들로 채워졌을 거라 생각했다.


쓰기와 걷기가 전부였던 저자.

크리스마스 아침에 산책을 나갔다가 심장발작으로 눈밭에서 최후를 맞이했다고 한다.

산책길에서 마주하는 것들을 독자와 걸어가면서 대화하듯이 풀어나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상이 카프카에게 영향을 주고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헤세에게 호감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읽으면서 정리해 둔 것이다.

   

나는 아무도 아프게 하지 않았고,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나는 참으로 멋지게 그리고 보기 좋게 옆으로 비껴나 있었다. -시인


세상이 온통 힘들고 허위이고 악의적이라는 어두운 생각에 빠져 있으면 안 돼. 그럴 때면 우리를 찾아와. 숲은 항상 너를 좋아하니까. 숲과 함께 있으면 기운을 차리고 건강해질 거야. 그래서 다시 더 고귀하고 아름다운 생각을 하게 될 거야. -빌케 부인


한 번이라도 가난하고 고독한 신세를 경험해본 자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타인의 가난과 고독을 더 잘 이해한다. 우리는 타인의 불행, 타인의 고통, 타인의 무력함, 타인의 죽음을 조금도 덜어주지 못하므로 최소한 타인을 이해하는 법이라도 배워야 한다. -빌케 부인


신이여, 우리의 운명은 당신의 것입니다.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당신의 결정은 모두 훌륭하고 옳을 뿐입니다. - 크리스마스 이야기

삶을 정리하기 위해 신은 필요하다. 기준이 되니까- 내 생각


태양의 입맞춤은 이 세상 유일의, 줄어들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입맞춤이다.

쓸쓸할 수 있는 자야말로 행복하다고, 그는 남몰래 생각한다. -툰의 클라이스트


걷는 일은 참으로 아름답고 기분 좋으며 태고의 단순함을 간직하고 있다. 신발만 적당히 편하다면 말이다. -산책


내 생각으로는 잘 차려입지 못한 아이들이 하나라도 존재하는 한, 어른이 말끔하게 치장하면서 으스대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산책


나는 가장 작고 가장 허름한 것만을 주시했다. 지극한 사랑의 몸짓으로 하늘이 위로 솟아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나는 하나의 내면이 되었으며, 그렇게 내면을 산책했다. -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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