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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0. 2. 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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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자키스, 유재원/문학과지성사

/2018.05.25.

 

이제야 읽은 게 후회가 될 정도로 유쾌한 책이다.

지중해의 출렁이는 물결과 강렬한 햇살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문장에서 피어나는 밝은 기운이 행복에 잠기게 한다.

바닷가 카페에서 이 책을 읽고 싶다.

 

조르바는 많은 경험을 통해 상식을 깨고 삶의 본질을 들여다 본다.

 

"조국으로부터 벗어나고, 신부들로부터도 벗어나고, 돈으로부터도 벗어나고, 탈탈 먼지를 털었죠. 세월이 흐를수록 난 먼지를 털어냅니다. 그리고 가벼워집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난 자유로워지고, 사람이 돼갑니다.(p.393)"

 

"한때는 이놈은 터키놈, 저놈은 불가리아 놈, 또 이놈은 그리스 놈 하고 구분했죠. 대장, 난 조국을 위해서라면 대장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못된짓을 저질렀다우. 멱을 따고, 약탈을 하고, 마을을 불태우고, 여자들을 강간하고, 온 가족을 몰살하고…… 왜냐고요? 그건 그들이 불가리아 놈들이고 터키 놈들이었으니까죠. 난 자주 '이 악당 놈아, 나가 뒈져버려라! 이 바보 얼간아, 나가 뒈져버리라고!'하고 나 자신에게 말하면서 저주를 퍼부었죠. 하지만 대장, 이제는 나도 생각을 좀 하고 사람을 보죠.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저 사람은 나쁜 놈이다. 불가리아인인가 그리스인인가 하는 게 문젭니까? 이제 내게는 다 똑 같아요. 이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만 묻죠. 그리고 정말이지 나이를 먹을수록, 밥을 더 많이 먹을수록, 난 점점 더 아무것도 묻지 않게 됩니다. 보세요, 좋은 놈, 나쁜 놈이란 구분도 잘 맞질 않아요. 난 모든 사람이 불쌍할 뿐이에요. 사람을 보면, 비록 내가 잘 자고 마음에 아무런 시름이 없어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누구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하고, 그리고 자신만의 하느님과 악마를 모시다가 뒈지면 땅에 쭉 뻗고 누울 거고, 그러면 구더기들이 그 살들을 파먹을 거고……아. 불쌍한 인생!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에요……구더기 밥인 고깃덩어리들이라고요!(p.393-394)"

 

조르바는 아이 같은 순진한 눈으로 사물에 숨어 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찾아내고 자신이 하는 일에 몰입한다.

 

"일 반, 잡담 반, 죄악 반, 선행 반, 이런 식으로 적당히 해치우는 게 오늘날 이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망쳐놨죠." 언젠가 조르바는 내게 말했었다."인간들아, 그만하면 충분히 됐으니 이젠 끝까지 밀어붙여라! 겁내지 말고! 하느님께서는 진짜 악마보다 반쯤만 악마인 놈을 더 혐오하신다.(p.401)"

 

조르바는 집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롭다.

 

우리는 많은 양의 술을 마셨고, 양고기를 뼈까지 다 발라먹었다. 세상이 가벼워지기 시작했고, 바다가 웃고 있었으며, 땅이 배의 갑판처럼 흔들렸다. 갈매기 두 마리가 자갈밭 위를 날며 꼭 사람들처럼 대화를 나누었다.(p.502)"

 

많은 노력과 전 재산을 투자해 목재를 운반할 케이블을 설치하고 성대하게 개통식을 하는 날, 기울기 계산을 잘못해 케이블이 완전히 망가진다. 사람들은 모두 도망가고 나와 조르바는 쫄딱 망했지만 유쾌하게 웃으면서 파티를 한다. 그 유명한 제임베키코 춤을 추면서, 그리고 자유를 느낀다.

 

크레타 이라클리온에 있는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무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그의 묘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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