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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1. 5. 1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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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태 켈러 작, 강나은 역/돌베개/2021.05.05.

나의 할머니를 위하여

-당신께 멋진 목걸이를

 

2021 뉴베리상 수상작으로 한국계 미국인이 썼으며, 한국 민담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관심을 끄는 작품이었다.

작품을 소개하는 글에서 '마술적 리얼리즘'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콜롬비아의 마르케스가 지은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으면서 곤혹스러웠던 경험도 떠올랐다. 그 곤혹스러움은 콜롬비아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것 같다고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생각했다.

초등학생에게는 좀 버거운 작품 같다.

 

캘리포니아에서 살던 존, 릴리, 샘 리브스 가족은 할머니(애자)가 있는 워싱턴주 선빔으로 온다.

할머니의 병 간호를 위해서다.

할머니는 길일, 영혼, 고사, 쑥, 목걸이, 잣, 쌀, 떡 등 한국의 무속적인 요소들을 중시한다.

이런 면에서 윤흥길의 '장마'에 나오는 할머니 같다.

 

"엄마는 이런 거 한개도 안 믿어. 네 엄마 세상은 좁아. 하지만 '너는' 알아, 세상이 보이는 것보다 크다는 거."(44쪽)

회계사인 어머니와 샘은 할머니의 사고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는 이해한다.

할머니와 나는 소극적인 성격이다.

 

할머니는 호랑이로부터 이야기를 훔쳤다. 좋지 않은 이야기, 위험한 이야기, 들으면 기분과 행동이 나빠지고, 슬퍼지고 작아지는 이야기를. 그것은 한국의 역사 이야기였다.(62-65쪽)

작가의 해설에 의하면 단군신화에서 곰은 순종하여 인간 여자가 되고 호랑이는 순종을 거부하여 인간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호랑이는 적극적인 여성상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엄마는 할머니가 자기에게 벽이 둘러쳐진 세상에서 삶을 성공적으로 꾸려나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거대한 고양잇과 동물은 계속해서 말한다.

"이야기의 마법은 강력하지, 사람을 바꿀 수도 있을 만큼. 그리고 이야기를 가두어 놓으면 그 마법은 더욱 커져. 그리고 때로는 상해 버리기도 해. 마법이 일종의 독으로 변하는 거야. 이해가 되냐?"

"네 할머니가 가둬 둔 이야기를 릴리 네가 풀어 주면 할머니는 나아질 거야. 그 별들이 계속 갇혀 있으면 할머니가 아프고 말이야. 그 별들이 네 할머니를......"(116쪽)

 

"말하기 싫었어. 아빠 이야기들을 너한테 해 버리면 사라지니까. 그때부턴 내 게 아니니까."

"이야기는 누구 한 사람 게 아냐. 이야기되려고 있는 거지."

이야기와 그 속의 진실을 꺼내 놓는다는 건 무서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달아나지 않고 마주할 것이다.(292쪽)

 

"그 조아여 말이야.............내가 한심한 소리 한 거야. 너한테 그런 고정관념을 씌워선 안 됐어. 그 호랑이가 실제가 아니란 말도 어쩌면 내가 틀렸을지도 몰라. 어쩌면, 어떻게 된 일이든.......네가 본 게 진짜일지도 몰라. 그렇게 믿고 싶어. 믿어야 하는지도 몰라."(292-293쪽)

 

"내가 우리 애자를 치유해 줄 거라고 약속했지만, 치유라는 게 꼭 질병이 치료된다는 뜻은 아니야. 이해하게 된다는 뜻일 때가 많지. 자기 이야기 전체를 받아들이면, 자기 심장 전체를 이해할 수있어."(303쪽) 

 

신의 실수는 바로 호랑이 소녀에게 하나만 선택하게 한 것이었지요. 호랑이 소녀가 자기 모습을 숨겨야 하는 세상을 만든 것이었지요. 그런 세상이니, 호랑이 소녀는 자기가 동시에 여러 존재라는 것을 두려워했어요. 자기가 맹렬한 동시에 친절하다는 것을, 부드러운 동시에 강하다는 것을 두려워했어요.(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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