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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1. 7. 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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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권여선/자음과 모음/2020.11.30.

토우(土偶) 명사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의 상종교적·주술적 대상물, 부장품·완구 따위로 사용하였음

 

짤막한 문장과 대화체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일상을 주로 어린 의 시각으로 수채화처럼 투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무거운 주제가 파편화되어 온몸으로 스며드는 듯한 아픔이, 세찬 슬픔의 빗줄기를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난 후의 먹먹함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순분, 안덕수, 괴상한(고성한) 등 구원의 손길이 있어 희망도 보였다.

 

아랫동네, 중턱, 윗동네로 이루어진 삼벌레고개의 중턱에 있는 우물집이 주무대이다.

 

주인집(박만춘, 김순분, 금철, 은철, 난쟁이식모)과 새댁네(안덕규, 효경, , ), 건넌방(심정은, 진경수, 경미), 하꼬방청년 등 네 가구가 살고 있지만 중심은 새댁네이다.

 

새댁은 월남 고아로 초교 교사 출신이다. 남편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순종적이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으며 반듯하게 키우려고 애쓴다. "아이, 애들은 크는데 돈을 아껴야지요."라며 미래를 준비한다.

 

분단으로 인해 자살로 삶을 마감한 고모를 닮았다는 원은 예민한 감성을 지닌 7살 어린아이다. 어린애답게 천진난만하지만 자신의 주장도 강하다.

 

새댁도 어느 정도 원칙주의자이지만 안덕규에게서는 더욱 두르러진다

좀처럼 실수하지 않고 남의 실수에도 관대하지 못한 덕규.

원칙이 무너진 세계에서 원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팍팍한 삶을 살다 보니 사고가 경직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냉엄한 원칙주의는 극한상황에서 조급해지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을 닮아가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들에게 포용과 이해, 실사구시를 말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기도 하다.

영과 원에게 내린 벌. 특히 원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로 남는다.

-착한 아이 증후군(콤플렉스)

 

원에게 가장 많은 시선이 가지만 순분에게도 많은 관심이 간다.

아들 은철이의 불행을 겪으면서 이웃의 불행에 대한 감수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극적이었다.

은철이 다시는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앉은뱅이가 된 새댁의 시누이가 자살한 사건을 흥미롭게 이야기하던 것을 떠올리며 그 죄를 다......어떻게 받으려고.....”(212) 라고 반성을 하며 이웃의 고통에 관심을 갖게 된다.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게 될 금철도 용서를 한다.(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

 

경락인가 뭔가 시늉만 하면서 몹쓸 짓거리에 가담하고 있다고 들었는데......”(93)

책을 다 읽고 난 후 간첩사건이 너무도 생생해 "경락연구회 간첩"을 키워드로 검색을 하니 인혁당 사건이 결과물로 나왔다.

<인혁당 사건>

1: 1964년 서클 수준의 조직. 흐지부지 끝남.

2: 1974년 인민혁명당재건위원회(실재하지 않음) 사건.

경락연구회(동호회, 동아리 수준), 민청학련의 배후세력으로 날조.

*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동맹, 유신철폐운동, 이철, 유인태, 김지하 등 사형 선고)

-1975.4.18. 대법원 사형 확정 18시간 뒤 49일 사형 집행(8), 8명 모두 영남권.

칠곡 현대공원 4(도예종, 송상진, 하재완, 여정남) 안장

-사법살인. 사법사상 암흑의 날. 문익환 하나님 존재 의심. 법정 절필 은거.

 

사형당한 8인 중 하재완의 4살 난 막내아들은 동네아이들이 새끼줄을 목에 걸고 끌고 다니다가 당산나무에 묶어놓고 빨갱이 사형놀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빨갱이는 호모 사케르였던 것이다.

안덕규가 사형당한 뒤 새댁네도 동네사람들에게 배척당한다. 그중에서도 통장부부가 가장 심하다. 하지만 순분, 괴상한 씨 등은 우호적이다.

 

새댁네는 점점 토우처럼 변해가고, 원도 말을 잃어 간다.

"남쪽은 사람이 토우가 되어 묻히고

토우가 사람 집에 들어가 산다네.

그래봤자 토우의 집은 캄캄한 무덤"

무덤과 같았던 세월. 덕규, 새댁, 원 모두가 토우라고 할 수 있다. 권력자의 희생물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권력에 의해 타자화되어 비주체적이고 타인과 소통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사회로부터 격리된다.

 

누가 그 세계에 빛을 줄 수 있을까?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계란이 눌은 놈도 있고 덜 된 놈도 있고 쫄깃한 놈도 있고 보들보들한 놈도 있으니 더 맛나지?”(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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