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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혼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1. 8. 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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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혼/김원일/이룸/2005.02.01.

<어둠의 혼>, <마당 깊은 집>, <미망>, <도요새에 관한 명상> 등이 교과서나 수능 모의고사 지문으로 나와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이다. 특히 영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아 그 지역 출신들에게는 더욱 실감을 준다. 나의 모교가 자주 나와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분단소설의 개척자답게 전쟁 이후의 소설이지만 이 작품에서도 통일문제가 녹아 있다.

 

제2차 인혁당사건을 중심에 놓고 연작으로 쓴 여섯 편의 중편소설집이다.

실존 인물의 이름을 살짝 바꾸어 놓았지만 실명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하다.

1975년 4월 9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지 18시간 후 8명의 사형 집행이 전격적으로 이루어 진다.

사법살인이었고, 사법사상 암흑의 날이었다.

무고하게 죽은 억울한 넋들과 남겨진 유족들의 욕된 삶.

32년이 흘러 2007년 1월 23일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진다.

인혁당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1.팔공산:  송영진(-송상진)이 서상원(서도원)과 도운종(도예종) 등 대구지역 혁신계 인사들과 자주적 통일운동을 전개한다. 당시 대구는 야당 도시였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당 도시로 탈바꿈하였다.

"탁상공론의 나약한 정의보다는 조직력과 힘을 갖춘 불의가 승리함을 현실에서 목격하고 있었다."(82쪽)

 

2. 두 동무: 이준병(이수병)과 김길원(김용원), 부산과 서울 중심.

"국토분단이 가져온 민족적 비극을 통렬히 비판하고 제국주의와 독재자로부터 물려받은 소라 껍데기 속의 안일을 청산함으로써 민족 자주역량을 확대하고 승리의 그날까지 전진하자"(130쪽, 민족통일학생연맹:민통학련 1960.11.1. 발기취지문에서)

"경락연구소"(142쪽) 삼불원칙-문서로 남기지 말 것, 조직에 관해 외부에 누설하지 말 것, 기구와 개인의 명칭을 입에 올리지 말 것.

 

3. 여의남 평전: 여의남(여정남), 민청학련과 인혁당을 잇는 인물로 조작. 경북대 학생회장 출신. 만 29세에 운명.

 

4. 청맹과니(눈 뜬 소경): 서상원(서도원). 

"그는 눈을 번쩍 떴으나 앞은 어둠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295쪽)

 

5. 투명한 푸른 얼굴: 사형 집행 후 도운종(도예종)의 영혼이 먼저 와 있던 서도원과 함께 차례대로 도착하는 하재완, 송상진, 우정선(우홍선), 이수병, 김용원, 여정남의 영혼과 더불어 신세계로 간다.

"전시 중 군무 이탈이나 항명죄에 따른 즉결처형이 아닌, 평화시대에 사법부 최고기관의 확정판결이 있은 직후 금방 처형했다는 말은 뜬소문으로나마 들어본 적이 없었다. 길게는 몇 년, 짧게라도 몇 개월 후에 집행하게 되고, 군 형사법도 국방부장관 결제까지는 두서너 달이 걸리는 게 보통이라는 말을 들은 바 있었다.(304쪽)

상주고등학교 교사, 영주교육감 당선(36살), 도학무국 젊다는 이유로 취임 보류.

 

6. 임을 위한 진혼곡: "한스러운 피, 흙 속에서 천년토록 푸르리라.恨血千年土中碧"/秋来/李賀(당나라 시인 791~817)

하재완의 아내. 1974년 11월의 2심 공판, 1975녀 4월의 사형, 2004년 4월 현재의 심정을 서술한다.

지난 2월 15일 148명에 이르는 민청학련사건 관련자들은 형량과 상관없이 줄줄이 석방시켜주면서, 철저히 사전 조작된 인혁당재건위 피고인들은 이름이 알려진 저명인사가 아닌 지방 출신 무지랭이들이라 여론의 동정을 피할 수 있다고, 파라미 같은 너희들 정도는 동네 개 잡듯이 마음대로 죽일 권리가 있다고, 정부 전복 음모를 꾀한 간첩으로 몰아서 죽여 버리면 국제적 지탄을 받지 않을 거라고, 독재자 박 태통령이 당신을 비롯한 일곱 분을 속죄양의 본보기 삼아 희생시키려 하다니, 우리 피고인 가족들은 부당한 판결을 내린 사법살인의 현장인 치욕스러운 그 법정에서 떠날 수 없었습니다.(373쪽)

법정 서기들이 들어와 재판의 부당성을 두고 오치며 울부짖는 아녀자들을 몰아낼 수가 없게 되자 방청객으로 참관한 외국인 시노트 신부에게, 여기는 신성한 법정이니 부인들을 진정시켜달라고 말했던지, 내 귀에도 벽안의 신부님이 소리친 말이 똑똑하게 들렸습니다. '신성한 법정이라구? 여기 그저 오물이 쌓여 있는 곳이라구!' 정말 오물로 들이찬 냄새나는 법정이었습니다.(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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