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라는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니클 캠퍼스 북쪽에 있는 비밀 묘지인 부트 힐이 발굴되면서 묻혀있던 폭력도 같이 드러나게 된다.
주인공 엘우드 커티스는 할머니 헤리엇 존슨과 함께 살며,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할머니는 의식은 있으나 행동을 주저하는 우리네 부모님 같은 인물이다.
엘우드는 <자이언 힐의 마틴 루서 킹> 음반의 연설을 들으며 성장한다.
마틴 루서 킹의 사상은 비폭력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증오와 앙심이라는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하면서 딸을 달래주었다(20쪽, 펀타운 놀이공원)."
→ "절대 네 적을 미워하지 마라. 그러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두라.” - 영화 ‘대부’ 에서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가 조카 빈센트에게 들려주는 말.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39쪽)."
'흑인들은 미국인이고, 그들의 운명이 곧 이 나라의 운명이다.' 그가 플로리다 극장까지 행진한 것은 자신이 포함된 흑인들의 권리나 자신의 권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고함을 지른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모든 사람의 권리를 위한 것이었다.-보편적 인류애(흑백통합, 공존)
킹 목사가 옥중 편지에서 말한 검둥이처럼 변해버렸다. 오랫동안 억압당한 끝에 그냥 현실에 안주하며 멍해져서 그 현실을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침대로 여기고 참드는 법을 터득한 검둥이(196쪽). - 깨어 있으라(허균, 惺惺居士, 남명 惺惺子-방울), 워싱턴 행진 연설 중 '절망의 계곡에서 뒹구는 자'
우리는 고통을 견디는 능력으로 당신들을 지치게 해서 언젠가 자유를 얻어낼 겁니다. ~ 우리는 당신들의 물리력에 영혼의 힘으로 맞설 겁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해도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사랑할 겁니다(216쪽).
어둠은 어둠을 몰아낼 수 없다.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증오는 증오를 모아낼 수 없다. 증오를 몰아낼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223쪽).
마르코니 씨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로 대학등록금을 준비하며 링컨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힐 선생님의 소개로 멜빈 그리그스 기술대학으로 강의를 받으러 가는 첫날, 절도 차량을 얻어타게 되고 차량절도죄에 연루된다. 그 결과로 감화원인 니클 아카데미(플로리다 소년 산업학교의 후신)로 가게 된다.
그곳은 인종차별과 폭력, 노동착취가 극심한 곳으로 폭력의 중심엔 스펜서 학생주임이 있다.
폭력이 자행되는 핵심 장소인 화이트하우스(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원생들은 블랙 뷰티로 채찍질을 당한다. 채찍질로 상처자국이 낙인처럼 찍히고 심지어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 그보다 더한 곳이 '저 뒤'로 불리는 처형장이다. 시체는 부트 힐에 묻혔다.
니클에서 엘우드는 터너와 가깝게 지낸다. 터너는 의롭지는 않지만 사회 경험이 많고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상황 속에 있으면서 동시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분위기, 상황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한 발 떨어져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76쪽).
"사람들이 스스로 상황을 잘 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야." 어느 날 그가 터너에게 말했다.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팔려서 더 큰 그림을 못 보게 되는 거지(142쪽, 거리의 사기꾼)." - 접시 닦기 경주(기획된 경주, 기획자의 이익)
터너와 함께 지역봉사활동을 하면서 니클의 비리를 기록해 둔 엘우드는 감사원에게 그것을 터너를 통해 전달하고 '저 뒤'에 갇혀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된다. 터너와 함께 탈출하다가 엘우드는 하퍼의 총을 맞아 죽고 터너는 뉴욕에 와서 에이스 이삿짐센터를 운영한다(니클 생활점수: 유충-탐험가-개척가-에이스). 탈출한 뒤 엘우드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터너는 엘우드를 고지식하지만 '굳건하다'고 생각한다.
13장 200~202쪽에 나오는 뉴욕마라톤 주자를 응원하는 터너의 눈에 고통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후미 주자들이 엘우드처럼 보였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김수영의 '폭포').
이 작품의 주제가 담겨 있는 부분이다.
세상은 평생 동안 그의 귀에 세상의 규칙을 속삭였지만, 그는 그 소리를 거부하고 대신 더 고결한 명령에 귀를 기울였다. 세상은 계속 그를 가르치려 들었다. 사랑하지 마라, 그들이 사라질 테니. 믿지 마라. 배신당할 테니. 일어서지 마라, 얻어맞고 무릎 꿇게 될 테니. 믿지 마라, 배신당할 테니. 일어서지 마라, 얻어맞고 무릎 꿇게 될 테니. 그래도 그의 귀에는 고결한 명령이 계속 들려왔다. 사랑하면 사랑의 보답이 있을 것이다. 올바른 길을 믿으면 그 길이 너를 해방으로 이끌 것이다. 싸우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그는 눈앞에 뻔히 드러나 있는 것에 결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그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뽑혀 나오고 말았다(244쪽).
우리를 감옥에 가둬도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사랑할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알아두십시오. 우리는 고통을 견디는 능력으로 당신들을 지치게 해서 언젠가 자유를 얻어낼 겁니다. 자유를 얻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러분의 마음과 양심에 호소해서 여러분의 마음도 얻어낼 겁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승리에 또 하나의 승리를 더할 겁니다(244-5쪽).
인종차별(흑백갈등)의 문제는 문학작품과 영화, 사건들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작품을 읽기 전에 사건보다는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가가 궁금했다. 결국 그 답은 마틴 루서 킹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종차별도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다수와 강자가 소수와 약자를 괴롭히는 사회적 폭력의 문제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의 본질은 대상화(타자화, 사물화)라고 본다.
형제복지원사건, 대한청소년개척단(서산개척단), 삼청교육대, 군대, 장애인, 여성, 아동.........
인간이 아닌 이용 가능한 사물로 대접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권력자에게 맞서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작품은 좀더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 알게 된 시 "그들이 묻거든/이르사 데일리워드의 시집 '뼈'에서)을 곱씹어 본다.
인종차별과 같은 악습은 아주 오랜된 것으로 고치기 어렵고 어쩌면 불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인종차별정책이 나치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말도 수긍이 간다.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지렛대는 폭력밖에 없다(111쪽)."
하지만 엘우드처럼 굳건하게 한발한발 내딛가 보면, 비록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터너 같은 사람이 뒤를 이어 목표에 점점 가까워 질 것이라고 믿자.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하려는 그 사람 말이요(是知其不可而爲之者與, 논어 헌문 38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