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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마음들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2. 6. 2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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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마음들/김성경/창비/2020.09.11.

 

분단의 사회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글쓴이는 분단 문제를 사람들의 경험, 인식, 감정 등의 층위에서 분석하고, '분단적 마음'이 우리의 현 상태를 재생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 마음을 평화와 탈분단의 마음으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분단 문제의 궁국적인 해결이 어렵고, 국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 안에 존재하는 분단적 마음을 전환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분단이라는 한반도적 경험과 사회구조(*상호배제에 기반을 둔 사회구조-극단주의와 극우주의, 독특한 상호적대/상호의존의 굳건한 결합구조)가 이 공간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특정한 마음을 공유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바로 '분단적 마음'이다. 한반도의 분단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분단이 배태된 마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분단적 마음은 단순히 북조선에 대한 적대적 입장과 같은 정치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와 인식, 이념이라는 문제에 지독히도 매몰되는 습성, 외부의 영향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민감한 감각, 과도한 민족주의적 감성, 불안정한 개인성과 집단 의존성의 공존, 거기에 분단 문제에 대한 의도적인 무관심까지 한반도를 살아가는 구성원의 생활세계 곳곳에서 분단적 마음은 작동하고 있다(33쪽) - 분단은 국가주의적 감각체계를 유발하고, 한국사회의 근본 모순으로 작용한다.

 

공권력과 서열에 순종적인 습성, 집단 내 피아를 구분하는 관성, 징집제로 인한 군사문화적 행동, 과도한 집단주의적 의식, 공고한 가부장제적 문화와 내재되어 있는 성폭력 등 분단이 직간접적으로 작동하여 만들어내는 문화적 규범과 사회적 규칙은 셀 수 없이 많다. 게다가 분단의 일상은 분단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구축한 다양한 장치들이 작동하는 공간이기도 하다(38쪽)

 

일상의 작동을 파악하는 것은 문제적 일상을 해체하기 위함이고 동시에 공고한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이다. '있는 것'을 탐구하는 것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이로부터 무엇이 가능한지를 탐색해야 한다는 르페브르의 주장을 다시금 새겨봄직하다. 분단의 일상을 문제시하는 것은 바로 분단의 일상을 밝혀내어 그것으로부터 탈분단의 일상을 기획하기 위함이다(39쪽)

 

분단 무감각은 평화에 대한 불감증의 자원이다(57쪽) - 후천성분단인식결핍증후군(백낙청), 분단을 정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함.

 

촛불정국에서 등장한 일명 태극기부대를 광장에 모이게 한 정동적 자원은 분단, 근대화,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경제주의가 착종된 감정들이다(74쪽)

태극기세력이 더욱 공고한 구조를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세력이 적극적으로 태극기에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김진호에 따르면 오랜 보수적 전통이 있는 개신교 대형 교회의 노년층, 개신교의 후원 및 그와의 연계가 있는 북조선 출신자 단체, 대중신비주의와 결합된 광신자 집단, 그리고 젊은 층으로 형성되어 있는 보수적 종교활동가들이 태극기세력의 주축이다(76쪽)

 

그는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의 논의를 가져와 분석하면서 근대적 개인이 공유하는 불안감에 대응하기 위한 방식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사랑이나 연대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를 벗어던지고 의존과 복종의 대상을 찾는 것이다(79쪽)

 

분단체제를 배태한 한국사회가 아무리 민주화의 역량을 증진한다고 하더라도 특정 집단이나 상대에 대한 '무시'를 당연시한다면 그 사회는 결코 공동체성을 구축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분단이라는 것이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질적 변화에 결림돌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82쪽)

 

한국사회는 단 한번이라도 북조선사회와 그곳의 사람들과 동등한 관계를 구축할 마음을 먹은 적이 있었던가? 자문해볼 일이다(93쪽)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수령을 북조선사회라는 유기체의 뇌수라 정의하고, 조선로동당은 심장, 인민대중은 몸이 되어 하나를 이룬다고 주장한다(129-130쪽)

 

수령이나 국가와의 직접적인 관계가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치는 동료와 이웃을 중요시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려는 다양한 문화적 규칙이 새롭게 실천되고 있다(144쪽)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다층적으로 진행되었지만, 그 근간은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구성된다는 합의점이다. 다시 말해 인권의 근간인 자유, 존엄, 평등 등의 가치는 국가가 보장해주는 조건이 아니라 타자 앞에서의 주체의 권리이고, 주체가 타자를 향해 반드시 견지해야만 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난민은 국가 경계 밖에 특정 집단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 앞에서 '주체'로 존재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을 포함한다(194쪽)

 

분단이라는 역사적 조건은 국민국가라는 조건과 민주주의라는 기본 가치보다 상위에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201쪽) - 국가주의에 의한 분단폭력 발생

 

사회학자 사센(Saskia Sassen)의 용어로는 "지구화의 반지리학"인 "생존의 여성화"현상인데, 세계화의 영향으로 가난과 실업상태에 빠져 있는 개발도상국 혹은 후진국의 여성에게 가족의 생계 책임이 지워지는 것을 의미한다(240쪽)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국가의 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교류는 계속된다는 점이다(242쪽)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지금 남북 주민이 해야만 하는 일은 바로 분단적 마음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것, 즉 서로를 향한 적대와 혐오를 공감과 연대감으로 전환하는 일일 것이다. 도덕감정을 복원하고 윤리적 실천의 정치화를 이뤄냄으로써 분단구조 그 자체의 내파를 도모하는 것이다(270쪽)

 

인간들은 이제라도 서로가 아주 깊게 연결되어 있으며, 협력하지 않고는 결코 인류가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 개개인의 윤리적인 각성과 도덕의 복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272쪽)

 

한반도 평화와 탈분단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동맹·증여·교역"밖에는 없다(290쪽)

 

주변과 소통하는 것, 약한 자와 연대하는 것, 현재의 익숙함에 굴복하지 않는 것,무엇보다 평화라는 가치를 믿는 걷이 중요할 것이다. 마음 다잡고, 이제 시작(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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