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What It’s Like to Be a Bird(새가 된다는 것)'이다. 원제의 뜻을 두 가지로 받아들였다.
첫째, 인간이 아닌 새의 입장에 서 본다는 것이다.
둘째, 새가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글쓴이는 새의 입장에서 새가 살아가는 과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개별 새를 소개하면서도 새들의 일반적인 속성까지 쉽게 설명하고 있어 새에 관한 입문서로 적당하다.
탁란을 하는 찌르레기사촌을 소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읽으면서 뻐꾸기가 떠올랐다. 뻐꾸기가 붉은머리오목눈이에게 탁란하는 과정을 찍운 영상을 찾아보았다. 저절로 욕이 나오고 혀를 차게 만드는 장면들이 있었다. 뻐꾸기가 혐오스러웠다.
그런데 62쪽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찌르레기사촌의 몇몇 행동이 잔인하고 철저한 범죄처럼 보이겠지만 우리는 인간의 가치를 자연계에 투영하려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 암컷 찌르레기사촌이 계획적으로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기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런 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암컷 찌르레기사촌은 자신의 후손을 위해 유리한 기회를 얻으려고 애쓰는 것뿐임을 상기하자."
미숙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견해에 매달린다.
아주 오래 전 바닷가 마을에 살 때 도시에서 온 어린아이가 갈매기를 보고 비둘기다라고 외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도시에서 본 자신의 경험으로 판단한 것이다. 나도 그런 미숙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재다. 언제 사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을까?
동물을 인간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것보다 더 오래되고 더 완벽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이미 잃어버렸거나 아니면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거대한 감각 능력을 선사 받은, 그리고 우리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음성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더 완벽하고 완전하게 움직인다.
그들은 우리의 형제도 아니며 우리의 종도 아니다. 그들은 삶과 시간이라는 그물 속에 우리와 함께 갇혀 있는 또 하나의 종이며, 어머니 가이아의 화려함과 산고를 함께 나누는 동료 수감자다.
-헨리 베스턴 <세상 끝의 집> 중에서
새에 관한 지식과 생태에 관한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미국새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어 현장성이 떨어지지만 이국적 정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우리 새에 대해 이만한 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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