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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

마음닦기/독서

by 빛살 2023. 11. 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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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 / 치고지에 오비오마, 강동혁 역 / 은행나무/ 2021.8.20.

 

나이지리아계 미국 작가의 작품으로 나이지리아 아쿠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가 인구가 2억 2천만(인구수 세계 6위)이 넘으며 영화산업(놀리우드)이 세계 3번째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설계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가 운명이 설계한 대로 파멸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내 가슴이 아렸다. 오이디푸스왕과 같은 비극이지만 감정이 정화가 아닌 답답함이 남는다.

 

아구 씨 가족은 아버지가 중앙은행 직원이라 안정적인 삶을 산다.

독수리 같은 아버지는 자식들을  일방적인 훈육과 체벌로 엄하게 다스린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으로 아이들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을 막는다. 이로 말미암은 약한 자아는 외부의 충격에 쉽게 무너진다.

아버지가 먼 지역으로 전근 가자 4형제(이켄나, 보자, 아벰베, 벤저민)는 어머니 몰래 버려진 강 오미알라에서 오랜 기간 낚시를 하며 어부 흉내를 내다가 발각되어 아버지에게 심한 체벌을 받는다. 그리고 '어부'가 되라고 한다.

"내가 너희들에게 바라는 모습은 좋은 꿈을 낚는 어부, 가장 큰 고기를 잡기 전까지는 쉬지 않는 어부들의 집단이 되는 것이다. 나는 너희들이 거대한 조직이 되기를, 위협적이고 막을 수 없는 어부들이 되기를 바란다.(52쪽)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아버지는 말을 이었고, 우리는 아버지의 말을 따라했다.

"우리는 위협적이다."

"우리는 거대 조직이다."
"우리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그래야 내 아들들이지."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다. 우리 목소리는 침전물처럼 가라앉았다. "새 어부들, 아빠를 좀 안아주면 어떻겠니?"(54쪽)

 

그러나 이켄나는 점점 나쁘게 변해간다. 미친 사람 아불루의 예언 때문이다.

아불루는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정신 이상자가 되어 홀어머니를 강간하고 동생을 죽인다. 미친 사람이지만 예언 능력이 있다. 그의 예언은 불행을 가져오지만 때로는 불행을 막아주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불루를 방치한다.

형제들이 낚시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아불루를 만난 날, "이케나, 너는 붉은 강에서 헤엄칠 것이나 다시는 그 강물에서 떠오르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과 어부(형제)의 손에 의해 죽을 것이라고 예언을 듣는다. 이 예언은 이켄나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그를 파괴시켜간다.

결국 싸움 끝에 보자는 이켄나를 칼로 찔러 죽이고 자신은 우물에 빠져 죽는다.

 

형들의 추모예배에 참석한 아불루를 보고 모욕을 느낀 아버지는 그를 응징하려다 오히려 눈을 다친다.

캐나다 이주를 눈앞에 두고 아벰베와 벤은 아불루를 죽인다. 죽이고 난 후 군인 두 명에게 발각되지만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온다. 군인들이 들이닥치기 전날밤 아벰베는 도망가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검거된다.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면서 아벰베와 편지를 주고 받다가 끊긴다. 군정이 민정으로 이양되자 2년 빨리 석방된다. 석방되는 날 집으로 온다던 형의 편지가 생각나 가족에게 물어보지만 입을 다문다.

아버지는 나를 위협적인 거물인 어부로 맞이하고, 형도 떠날 때와 똑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 이야기의 기본 갈등 구조는 아구 가족과 아불루이다.

아구 가족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 같고, 아불루는 어쩔 수 없는 패륜아 같다.

하지만 아버지의 권위적인 자식교육은 아이들의 자아를 약하게 만들거나, 왜곡시켜 주위의 충격에 쉽게 무너지고 증오만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끝 부분에서 나(벤저민)가 아불루를 이해하려는 장면이 잠깐 보여 조금 안심이 되었다.

 

신들은 파괴하기로 선택한 자에게 광기를 안긴다.- 이보 속담

아벰베의 아불루 살해 계획에 동기를 부여한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시지다>를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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