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계절
2019.09.10 by 빛살
몽당비 한 자루/고증식
2019.08.30 by 빛살
다산 정약용 평전
2019.08.29 by 빛살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연필로 쓰기
2019.08.11 by 빛살
감자의 맛
2019.08.08 by 빛살
잡채는 말도 예쁘게 해
주전자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
마음닦기/시 2019. 9. 10. 10:11
몽당비 한 자루 / 고 증 식 학교 화장실 청소 담당 신만자 여사 학생들 8교시 수업하듯 여덟 개나 되는 화장실 혼자 오십 분 뻘뻘 땀 흘리고 십 분 종소리에 맞춰 숨 돌리는 고3보다 더 고3 같은 우리 만자 씨 삼십 년 부산역 열차 닦다 인공관절 해넣고 잘렸다는 만자 씨 어쩌다 차 한잔에도..
마음닦기/시 2019. 8. 30. 10:38
다산 정약용 평전 / 박석무 / 민음사 / 2019.03.21. 이제라도 읽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후회를 해야할까. 읽으면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무거움보다는 안정감이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포자기하지 않고 글과 학문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
마음닦기/독서 2019. 8. 29. 17:20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
마음닦기/시 2019. 8. 29. 09:33
연필로 쓰기 / 정진규 한밤에 홀로 연필을 깎으면 향그런 영혼의 냄새가 방안 가득 넘치더라고 말씀하셨다는 그분처럼 이제 나도 연필로만 시를 쓰고자 합니다 한번 쓰고 나면 그뿐 지워버릴 수 없는 나의 생애 그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지워버릴 수 있는 나의 생애 다시 고..
마음닦기/시 2019. 8. 11. 22:21
감자의 맛 / 이해인 통째로 삶은 하얀 감자를 한 개만 먹어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넉넉해지네 고구마처럼 달지도 않고 호박이나 가지처럼 무르지도 않으면서 싱겁지는 않은 담담하고 차분한 중용의 맛 화가 날 때는 감자를 먹으면서 모난 마음을 달래야겠다
마음닦기/시 2019. 8. 8. 08:23
잡채는 말도 예쁘게 해 / 유희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할머니를 닮아 아빠가 좋아하는, 아빠를 닮아 내가 좋아하는 음식, 잡채가 되려고 양파 당근 시금치 표고버섯 석이버섯 소고기 칫칫칫 뜨거운 후라이팬에 들어갔다 나왔어. 철사처럼 질기고 뻣뻣한 당면 펄펄 끓는 물에 들어갔다 나..
마음닦기/시 2019. 8. 8. 08:20
주전자 / 방주현 바다에 나가 고기를 한가득 싣고 올 꿈을 꾸던 쇠는, 주전자가 되어 보리차를 끓일 때마다 항구에 돌아오는 배가 된다 내가― 왔다― 뿌― 뿌― 뿌― 뿌― ―〈동시마중〉(2016년 7·8월호)
마음닦기/시 2019. 8. 8. 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