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맛
2019.08.08 by 빛살
잡채는 말도 예쁘게 해
주전자
엄마도 모르는 엄마 얼굴
스며드는 것
국수가 먹고 싶다
국수
국수가 라면에게
감자의 맛 / 이해인 통째로 삶은 하얀 감자를 한 개만 먹어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넉넉해지네 고구마처럼 달지도 않고 호박이나 가지처럼 무르지도 않으면서 싱겁지는 않은 담담하고 차분한 중용의 맛 화가 날 때는 감자를 먹으면서 모난 마음을 달래야겠다
마음닦기/시 2019. 8. 8. 08:23
잡채는 말도 예쁘게 해 / 유희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할머니를 닮아 아빠가 좋아하는, 아빠를 닮아 내가 좋아하는 음식, 잡채가 되려고 양파 당근 시금치 표고버섯 석이버섯 소고기 칫칫칫 뜨거운 후라이팬에 들어갔다 나왔어. 철사처럼 질기고 뻣뻣한 당면 펄펄 끓는 물에 들어갔다 나..
마음닦기/시 2019. 8. 8. 08:20
주전자 / 방주현 바다에 나가 고기를 한가득 싣고 올 꿈을 꾸던 쇠는, 주전자가 되어 보리차를 끓일 때마다 항구에 돌아오는 배가 된다 내가― 왔다― 뿌― 뿌― 뿌― 뿌― ―〈동시마중〉(2016년 7·8월호)
마음닦기/시 2019. 8. 8. 08:14
엄마도 모르는 엄마 얼굴 /장영복 엄마가 굴을 사 왔네 콩나물굴밥을 할까 생굴을 상에 올릴까 반반 나눌까, 고민하겠네 아빠는 익힌 굴을 좋아하고 누나는 생굴을 좋아하고 아빠는 콩나물굴밥을 좋아하고 누나는 생굴만 좋아하고 나는 엄마가 고민하는 모습을 좋아하지 장보기 겁난다..
마음닦기/시 2019. 8. 8. 08:11
스며드는 것(간장게장)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리렸으리리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
마음닦기/시 2019. 8. 8. 08:02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
마음닦기/시 2019. 8. 8. 07:56
국수 / 백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
마음닦기/시 2019. 8. 8. 07:53
국수가 라면에게 / 안도현 너, 언제 미용실 가서 파마했니? -시집「냠냠」(비룡소,2010)
마음닦기/시 2019. 8. 8. 07:50